SIHH가 며칠 남지 않은 가운데 프리 바젤(Pre-Basel) 소식 또한 벌써부터 속속 공개되고 있습니다.
스와치 그룹을 대표하는 오메가(Omega) 역시 매니아들의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신작을 간단하게나마 공개했는데요.
바로 위 사진 속의 시계인, 스피드마스터 마크 투(Speedmaster Mark II)가 그것입니다.
스피드마스터는 뭐 우리 시계 애호가들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다시피, 오메가를 가장 대표하는 컬렉션이자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 역사상 영원한 클래식 아이콘이지요.
1969년 아폴로 11호와 함께 인류 최초로 달 탐사 여정에 함께 했고, 비행사 버즈 올드린(Buzz Aldrin)에 의해 달을 밟아 ‘문워치(Moon watch)’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습니다.
-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 PR 이미지 중에서...
이른바 프리 문(Pre-Moon)이라고 불리는 1968년 이전의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에는 르마니아 베이스의 Cal. 321이 탑재되었고,
1969년 이후의 스피드마스터 모델들에는 Cal. 861이 탑재되었지요. 당시에는 아직 수동 크로노그래프가 주류를 이루던 시절입니다.
1969년, 바로 위 광고 사진 속에 노출된 오리지널 스피드마스터 외에도 러그부가 막혀있는 후드형 러그 형태의 독특한 디자인의 스피드마스터가 연이어 출시됩니다.
이 모델에 '마크 II'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오메가 역대 컬렉션의 한 이정표가 된 스피드마스터를 계승하는 다른 버전의 모델이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었지요.
- 1970년대 초 당시 지면 광고컷 중에서... 출처: 오메가 뮤지엄 공식 홈페이지
위 자료 사진을 보시면 좀더 이해가 빨리 오실 듯 한데요... 맨 좌측의 모델이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 오리지널(일명 문워치)라면,
바로 그 옆의 모델이 마크 2, 그리고 맨 오른쪽의 모델이 플라이마스터(Flightmaster) 타입 케이스라고도 불리는 마크 3 버전입니다.
1969년 출시된 오리지널 마크 2(Mark II, Ref. 145.014)와 1970년대 초반에 출시된 마크 3(Mark III, Ref. 176.002) 간에는 외형적인 차이 외에도,
(마크 2는 전형적인 토노 형태의 케이스에 일자로 막혀 있는 러그부가 독특하다면, 마크 3 플라이마스터 류의 케이스는 오벌 형태에 더 가깝습니다.)
마크 3는 날짜 기능이 추가된 오토매틱 칼리버 1040를 탑재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다이얼 크로노 배열 또한 달라졌습니다.
- 참고로, 오메가 공식 홈페이지에는 오래된 빈티지 워치도 정확한 데이타베이스를 찾을 수 있는 자체적인 검색 프로그램이 내장돼 있습니다.(역시 큰 브랜드는 다르죠?!^^)
바로 위 스캔 이미지는 오늘 포스팅의 오리지널 버전인 1969년 생산된 마크 II 모델입니다. 간단한 스펙들이 잘 나열돼 있지요?!
출처: http://www.omegawatches.com/planet-omega/heritage/vintage-omegas/vintage-watches-database?ref=14285
- 그리고 이 모델은 1971년 출시된 마크 3. 출처: http://www.omegawatches.com/planet-omega/heritage/vintage-omegas/vintage-watches-database?ref=14295
1973년에는 마크 3와 같은 자동 칼리버 1040이 탑재된 또 다른 버전의 마크 4(Mark IV)가 연이어 출시되었고,
1980년대에는 요일 기능이 추가된(데이-데이트) 다른 베리에이션의 자동 칼리버 1045가 탑재된 마크 5(Mark V)까지 출시된 바 있습니다.
이렇듯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는 그 디자인이나 기능(혹은 칼리버)에 따라 각각의 버전으로 출시됐을 만큼 오메가가 초창기부터 무척 편애한 컬렉션입니다...
지금도 이베이나 중고 시계 관련 사이트에 당시의 모델들이 현행 못지 않게 고가에 거래되는 것도 그 가치가 매니아들 사이서 높게 인정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 1969년 오리지널 스피드마스터 프로페셔널 마크 2(사진 좌측)와 861 칼리버(사진 우측). 출처: PuristSPro Omega Forum
특히 마크 II는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시리즈 계보상 어쩌면 가장 이색적인 모델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관점에서 보면 그야말로 레트로풍인 특유의 배럴 형태의 케이스에 아우터 베젤 형태가 아닌 고정식 이너 타키미터 스케일,
그리고 블랙과 그레이에 가까운 다이얼 두 버전에 오렌지색으로 포인트를 준 크로노 초침과 인덱스(소위 레이싱 다이얼) 형태가 개성이 많은 모델입니다.
올해 오메가서 새롭게 리메이크한 마크 2 복각 모델은 오리지널 모델과 전체적인 형태는 비슷하게 유지하되 디테일한 면에서 약간의 차이를 보입니다.
우선 다이얼 상에 Mark II 프린트가 사라졌고, 코액시얼 크로노미터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크로노 초침이나 5분 단위의 인덱스 외곽도 기존의 오렌지 계열에서 강렬한 레드 포인트로 바뀌었고,
쓰리 카운터 각 서브 다이얼 역시 보다 입체감있게 제작되었습니다. 6시 방향에 날짜창도 추가되었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오리지널의 수동 칼리버가 아닌, 새로운 자동 칼리버 3330이 탑재되었습니다. 현행 문워치 프로페셔널(Ref. 3570.50)은
1990년대 중반 칼리버명이 변경된 기존 수동 1861 칼리버가 여전히 그대로 탑재되고 있는 것과 비교했을 때도 제법 큰 차이가 있습니다...
3330은 애초 ETA가 론진(Longines)을 위해 특별 제작한 ETA A08.L01을 베이스로 하고 있지요.(론진에 쓰일 때는 L.688 계열로 칼리버명 변경됨)
컬럼휠 방식에 54시간 정도의 파워리저브 시간을 보장하는 칼리버로 지난해부터 오메가의 엔트리 바로 윗급의 라인에 주로 탑재되기 시작했습니다.
단, 오메가의 3330은 ETA 에보슈나 론진과 달리 오메가만의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를 적용하고, Si14 실리콘 헤어스프링으로 나름 수정을 가했지요.
3330은 스피드마스터 라인 중에는 대표적으로 레이싱(Racing) 컬렉션에 탑재되며, 씨마스터 라인 중에는 ETNZ 한정판 같은 다이버 크로노 모델에 장착되고 있습니다.
고급 라인에는 자사 크로노그래프 칼리버인 9300 계열이 주로 쓰이고 있고, 과거 엔트리 모델에 쓰였던 ETA 7750이나 2894 베이스는 이제 점차 퇴출 수순을 밟고 있지요.
요런 깔끔한 베이직 블랙 다이얼 모델도 출시될 예정입니다.
제가 보기엔 마크 2는 바로 작년 말에 공개된 씨마스터 불헤드(BullHead) 정도까지의 강렬한 임팩트까진 없지만,
스피드마스터 계보서 나름 중요한 역사적인 모델을 현대적으로 잘 복각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국내 입고 시기 및 리테일가는 아직 미정이지만, 미 달러화 기준으로는 대략 6천달러 초반을 형성하고 있구요.
기존 레이싱 모델보다는 조금 더 비싼 수준이지만, 컬렉션의 상징성면에서나 시계 자체의 유니크함을 고려했을 때는 적정한 가격대로 사료됩니다.
빨리 바젤 시즌이 와서 오메가의 새로운 모델들을 두루 다 자세히 살펴보고 싶네요.^^
지난해의 블랙 세라믹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이나 아쿠아 테라 15,000 가우스 같은 모델들이 충분히 화제가 되고 인기가 있었던 만큼,
올해 바젤월드에서도 왠지 기대 이상의 멋스러운 신제품들을 쏟아낼 거 같은 조짐이 보입니다.
이번에 먼저 공개된 스피드마스터 마크 II는 그 기대치의 포석이 되기에 충분한 신제품이었으니 말입니다.
- 기타 사항 참조: 오메가 공식 홈페이지(http://www.omegawatches.co.kr/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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