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와 친해져서 시계의 성격을 파악하게 되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시계가 나와 어울리는지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저는 인생에서 기념비적인 순간들에는 오메가 문워치를 차고,
예의를 갖춰 윗분들을 뵐 때면 해밀턴 째마 오픈시크릿 로즈골드를 찹니다.
멀리 여행을 떠날 때에는 세이코 아스트론 GPS 솔라와 시티즌 프로마스터 에어다이버를 차고,
오늘처럼 심사숙고하여 신중한 자세가 필요한 날에는 롤렉스 6694를 찹니다.
제 롤렉스 6694는 1977년생으로, 저와 동갑입니다.
36년 이라는 세월을 견뎠으면서도 브레이슬릿 빼고는 부품 하나 갈지 않고 아름다움을 간직한 녀석을 보면, 제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
이 녀석을 차고 있으면 교통법규도 훨씬 잘 지키고 되고, 바른 말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며, 좀 더 성숙하게 행동하게 됩니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됩니다.
중년 이후의 얼굴은 그 사람의 삶을 고스란히 반영한다고들 하지요.
저도 제 롤렉스 6694처럼,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변치 않는 멋을 간직하고 싶습니다.
함께 나이 들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게 만드니, 이만큼 도움되는 동갑내기 친구도 없습니다.
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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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 PK
2013.08.0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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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entie
2013.08.08 13:14
처음에 6694 구할 때 같은 년도 찾으려고 여기저기 뒤졌던 기억이 납니다...마치 잊어버린 소싯적 친구 찾는 느낌이었는데, 구하고 나서 처음 손목 위에 올렸을 때 느낌이 참 좋더군요. 안녕, 내 친구야~ 혼잣말을 건네며 실없이 웃었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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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랑
2013.08.08 10:40
저도 오래된 모델에 무언가가 참 좋아지네요 반지도 이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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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entie
2013.08.08 13:16
감사합니다~^^ 반지는 10만원 미만의 저렴한 텅스텐 반지입니다. 싸면서도 기스 안 가고 오랜 시간 동안 빛을 잃지 않는 금속 특성이 제 마음에 쏙 들어 매일 끼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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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sate
2013.08.08 11:24
아....시덕이라면 birth year watch는 하나 있어야 하는 것인가요~ !!! 정말 멋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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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entie
2013.08.08 13:20
사라사테님,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본격적으로 시덕이 되기 전부터 동갑내기 아이템을 찾다가 시계를 조금 알게 된 후에 바로 빈티지 시계가 당기더군요. 이 녀석은 제가 세번째로 들인 시계입니다. 생각해보면 항상 휴대할 수 있는 동갑내기 아이템은 시계가 유일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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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sandra
2013.08.08 11:31
참..저도 시계 좋아하는 사람으로 치면 어디가서 빠지는편은 아닌데 omentie님 앞에서는 졌네요..ㅎㅎ
다양한 시계를 가지고 있으면 여러 상황들에 맞추어서 시계를 착용할 수 있고..그런게 가장 큰 기쁨이 아닌가 싶네요...
사실 저도 멀지 않은 미래에 빈티지 로렉스를 하나 영입하려고 합니다..ㅎ 데잇저스트는 빈티지도 상당히 매력적이더구만요..ㅎ
6694면 수동에다가 저진동으로 알고 있는데..무브도 상당히 예쁜걸로 압니다..ㅋ
시계가 주인과 같이 늙어가고 주인이 보살피고..뭐 그러면서 정이들고..친구 같고..참 보기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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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entie
2013.08.08 13:28
카산드라남 시계 사랑에 견줄만 할까요^^;
이 녀석의 무브먼트에대해서는 저도 링고님의 글을 읽고 알게 되었는데, 21,600 bph의 저진동 무브인 Rolex Caliber.1225입니다. 세운스퀘어 명장님께 오버홀 받으면서 무브 본 적이 있었는데, 백커버를 씨스루로 성형시켜주고 싶을만큼 예쁘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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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camel
2013.08.08 11:38
쓰신 내용이 참 멋집니다 세월과 함께 나이들어가는 시계라...새것의 블링블링보다 금속의나이테가 멋져보이는건 저뿐만이 아니군요^^ -
omentie
2013.08.08 15:29
감사합니다.~^^
잔기스들을 금속의 나이테라고 표현해주시다니;; 너무 마음에 들어서 앞으로 제가 빌려 쓰고 싶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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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rd
2013.08.08 11:47
lithium 단어가 눈에 들어 오네요. 전공이 정신과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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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entie
2013.08.08 15:30
헉;; 저걸 읽어내시다니;; 타포엔 매의 눈을 가지신 분들이 많으시군요 ㅎㄷㄷ
돌팔이이긴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맞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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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롱이형
2013.08.08 12:26
아, 저도 birth year 빈티지 워치를 하나 갖고 싶은 마음이 불끔불끈 드네요~
나랑 한 해에 태어난 녀석!! 어디 있을까나???
동갑내기 시계와 함께하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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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entie
2013.08.08 15:36
아롱이형님, 감사합니다. ^^
제 작은 소망 중 하나는 제 수명 다 하는 날까지 이 녀석이 잘 작동해주는 것입니다. ^^
제가 5천달러 넘는 시계는 그동안 엄두를 내본 적이 없었는데......결혼하고 났더니 그 정도 돈을 들일만한 시계가 하나 떠오르더군요.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그 해에 출시된 아주 튼튼한 수동시계 하나를 사두려고 합니다.
조심조심 다뤄서 아이 성인식 때 손목에 채워주고 싶습니다. birth year watch를 아빠가 채워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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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밤
2013.08.08 15:19
멋지다는 표현이 절로
추천 꾸욱 -
omentie
2013.08.08 15:37
푸른밤님, 추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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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2013.08.08 19:44
동갑내기 치곤 관리 상태가 무척 좋아보입니다.^^ 롤렉스 6694는 명기지요^^! 말씀도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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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entie
2013.08.08 22:44
Eno님, 감사합니다~^^
전주인분께서 오랜시간 동안 애지중지 하면서 보살핀 덕에 아주 좋은 상태로 들여왔는데....제 손목 위에 얹어진 후로 급격히 노화 중입니다 ^^; 그래도 제때 분해소지 해주고 관리하면 제 몸보다는 오래 갈 것 같아서 든든합니다^^ -
manual7
2013.08.08 22:00
아..멋지네요. 제 시계를 찾으려면 연대가 좀 더 올라가는데 차라리 제 아이들 시계를 찾는게 더 빠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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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entie
2013.08.08 22:50
아직도 대표님 댓글을 보면 깜짝 놀랍니다^^;; 물론 그 놀람은 기분좋은 것입니다^^
시계는 멋진데, 제 삶이 그 멋을 못 따라가는 게 늘 마음 쓰입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당신은 손목 위에 놓인 시계만큼 멋진 사람입니다"는 얘기를 꼭 듣고 싶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갑니다.아이들의 birth year watch를 찾아서 선물해주는 일은 시계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값진 겅험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수동칠님의 훌륭한 안목으로 자제분들께 멋진 birth year watch를 찾아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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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m Pan
2013.08.08 23:22
상태가 매우 좋습니다..^^
해당 시계들의 관리상태를 확인하는 주요 지표로는 야광 닷이 아직까지 제대로 붙어있는지가 핵심으로 볼수 있을거 같은데요..
아마도 야광은 미약할것으로 생각이 되나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서 얼마나 잘 관리를 해왔는지 알수 있을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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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entie
2013.08.09 00:07
와...역시 Pam Pan님 ! 6694의 상태는 그렇게 확인하는 것이군요 @_@
Pam Pan님 말씀대로 야광은 미약합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겨우 형태만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저는 6694 상태 확인 방법도 모르고 그냥 1977년산만 열심히 찾다가 어느 신사 분으로부터 들여왔는데, Pam Pan 님 보시기에 상태가 훌륭하다니, 신기합니다. ^^
아마도 이런 게 진짜 인연인가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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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백광
2013.08.09 12:16
omentie 님은 정말로 멋지십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시계를~
저는 그냥 다이버 시계만~ㅎㅎ
빈티지 롤렉스~ 잘 모르지만~ 멋진 노신사 같군요~^0^ -
omentie
2013.08.10 15:08
전백광님, 감사합니다.~^^
전백광님의 멋진 다이버콜렉션만 할까요? ^^;
어제 본 지넥스가 아직도 눈 앞에 어른거려서 큰 일입니다. 이베이에만 몇 번을 들락거리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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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마니아
2013.10.29 13:45
시계 참 이쁘네요!!^^ -
동량
2014.07.24 22:47
글을 찾아 읽다보니~
뱀띠셨네요~반갑습니다~
저도 77년생 오메가 찾고 있습니다~
어딨니~~하면서요
갖고 싶습니다 부럽네요
시계에 대한 각별한 마음이 느껴지네요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