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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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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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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토니(Titoni)라는 브랜드가 지난해 말 공식수입사인 (주)배재통상을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기 시작했습니다. 

타임포럼 스폰서 뉴스를 통해서도 우리 회원님들께 간단한 신고식을 한 걸로 아는데, 공식 리뷰로는 이번이 처음이군요.


티토니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크게 두 가지 면에서 사뭇 의아스러웠습니다. 


첫째, 어떻게 9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인데도 나는 여지껏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을까? 

둘째, 스위스 본토박이인데 어째서 자국이나 유럽 쪽이 아닌 중국 등 일부 아시아 시장에 올인하게 되었을까? 


이같은 의문들은 제가 이 브랜드를 좀 더 깊이 들여다 보면서 그 정확한 해답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실마리를 풀 수 있었습니다. 

각설하자면, 티토니(Titoni)는 스위스 출신 브랜드치고는 일찍이 매우 이례적인 행보를 걸어온 브랜드입니다. 그것도 아주 뚝심있게 말이죠.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우리에겐 다소 미스테리어스한 티토니라는 브랜드를 제 나름대로 간단히 개괄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3대째 이어온 패밀리 비지니스 & 100% 독립(Independent)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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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좌측부터, 파운더(Founder) Fritz Schluep(1959년 사망), 가운데는 장남 Bruno Schluep(81년 사망), 그의 아들이자 현 수장인 Daniel Schluep.


티토니의 출발은 무려 1919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해는 우리 역사로 치면 일제의 억압에 항거하여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3.1 운동이 있던 해이기도 합니다. 

올해로 꼬박 95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티토니는 흥미롭게도 그 동안 한번도 비지니스를 쉰 적이 없습니다. 


공홈 패밀리 비지니스 관련 연혁 추가 링크: http://www.titoni.ch/en/world-of-titoni/family-compan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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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서부의 작은 소도시 그레첸(Gretchen)에 둥지를 튼 설립자 프리츠 씨는 자신의 고장에선 꽤 명망있는 워치메이커였으며, 

1938년도부터 그를 도와 가업을 배운 아들 브루노 씨 역시, 르 로끌 기술학교에서 워치메이킹 과정을 수학한 워치메이커였습니다. 

브루노 씨가 사망한 1981년부터 3대쨰 가업을 잇게 된 현 오너 다니엘 씨 역시 워치메이커 출신으로 30년 넘게 브랜드를 이끌어오고 있지요. 


티토니는 이렇듯 철저히 Schluep(슐럽) 패밀리에 의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가족 경영 회사입니다. 

어떠한 외부인도 이들 브랜드와는 적어도 회사 경영면에선 관련이 없는 100% 독립 브랜드인 셈이지요. 

예전이라면 모를까, 요즘 같은 시대엔 정말이지 흔치 않은 비지니스 형태를 고수하고 있는 업체입니다. 



2. 50년 넘게 중국(화교권 국가들) 시장에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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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티토니는 자국인 스위스 내에서조차 아는 이들이 많지 않은 브랜드입니다.

파운더인 프리츠 씨는 비지니스 초창기부터 독일이나 미국, 멀게는 일본에까지 진출한 선례가 있지만, 

중간에 어떤 사유에서였는지, 유럽이나 북미 쪽 비지니스는 60~70년대 이후로는 사실상 거의 전무해졌고, 

유난히 화교권 국가들이나 중동 일부 국가들 쪽에만 올인하는 인상을 주기 시작했습니다.(싱가포르서 아시아 첫 비지니스를 시작한 게 1945년도라 함) 

 

이같은 행보는 뼛속까지 스위스 태생의 브랜드이자 시계 자체도 철저히 스위스 메이드를 고수하는 업체치고는 매우 특이한 행보라고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지금이야 시계 업계에서도 중국 시장은 최고의 대접을 받는 마켓으로 성장했다지만,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쪽은 스위스 시계 업계로써는 미지의 달동네(?)이자 

딱히 그렇게 돈벌이가 될 것 같지 않은, 특히 럭셔리 업계 쪽에선 대놓고 조금은 무시하던 시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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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매장 및 여성용 마스터 시리즈 광고 이미지 사진 출처: 티토니 타이완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TITONI.Taiwan>



그런데 티토니는 선견지명이 있었던 걸까요? ㅋ 그들이 중국쪽 시장에 진출한지는 벌써 50년이 넘습니다. 

그리고 우리 입장에서 더욱 놀라운 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에 현재까지 들어선 대형 부티크만도 홍콩을 포함해 15군데가 넘으며, 

크고 작은 리테일샵까지 포함하면 700~800여개가 된다고 합니다.

중국쪽 잡지에도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고 각종 이벤트 및 스폰서 참여도 많이 진행되고 있더군요.   


대체 무엇이 티토니로 하여금 일찍이 중국 시장에 눈길을 돌리게 한 걸까요? 

그리고 실제 매출의 상당수가 중화권에서 소화되고 있는 걸 보면 이제 중국쪽에서는 확실히 자리를 잡은 모양인데, 

중국인들은 티토니의 어떤 면 때문에 꾸준히 대를 이어 찾게 되었을까요? 


티토니는 국내에도 아직 일부 면세점에만 들어와 있습니다. 물론 국내 런칭 걸음마 단계이니 일종의 페이스 조절을 하는 시기인 건 알겠지만, 

한편으로는 매년 증가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플레이스가 면세점이기에 우선적으로 들어와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제작년부터는 미국쪽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해서 북미 쪽으로 비지니스를 확장하는 단계인 걸로 아는데, 앞으로가 더 흥미로운 행보가 될 거 같습니다. 



3. 스위스 메이드 고수, 컬렉션별 한정 생산, 클래식 드레스워치 제작 전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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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http://www.thebrander.com/printer.php?o=220, 참고로 해당 링크 사이트에는 비교적 자세한 티토니 관련 기사도 확인하실 수 있으니 참조하시길...> 


티토니의 컬렉션은 동급의 미드 클래스(mid-range) 브랜드 중에서 어쩌면 가장 예측하기 쉬운, 

조금은 시니컬한 표현을 사용하자면 '뻔한' 컬렉션을 지향하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 브랜드는 컬렉션의 80% 이상을 ETA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가져다 쓰며, 이를 탑재한 시계들 역시 하나같이 클래식 드레스워치들입니다. 

그 흔한 다이버나 파일럿 계열 스포츠 워치는 하나도 없으며(최근엔 크로노그래프조차 잘 만들지 않음), 크기 역시 지름 42mm 이상 가는 시계를 보기 힘듭니다. 

이렇듯 누가 봐도 보수적이다 싶을만치 클래식하고 심플한 디자인과 적당한 사이즈가 이들 컬렉션의 어쩌면 아이덴티티와 같다고도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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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시리즈(MASTER SERIES)의 다양한 모델들. 하나같이 클래식한 드레스 워치들이 대부분입니다. 레이디 컬렉션도 마찬가지.



지난 2011년도 3월 유로파스타(europastar)에 실린 Daniel Schluep(현 오너)의 인터뷰 관련 기사를 참조하면, 

http://www.europastar.com/magazine/highlights/1004083596-titoni-china-from-the-inside.html?zoom_highlight=Titoni#.UaIGZtJM-8B


“You know, Titoni is considered to be a case apart. We are very particular and we follow our own path, with discretion and consistency. 

We are totally independent, in perfectly good health, and we have very close relationships with our distributors. 

In a few years, the fourth generation of the Schluep family will be in the starting gate. 

I am thus very confident about our future, while still remaining aware of the risks. 

The only limit to our development is in our dependence on movements. 

Ninety per cent of our pieces are equipped with calibres made by ETA, with whom we have an excellent relationship. 

For our products, there is really no viable alternative in Switzerland. 

We are therefore obliged, like many others, to actively think about developing our own movement. 

Even though this would require a great deal of time and effort, we must think about it. 

To paraphrase Nicolas Hayek who once said, ‘money is to me like painting is to a painter,’ 

I would say that ‘movements are to Titoni like painting is to a painter. Without movements, there are no watches."


위 내용을 간추리자면, 현 수장인 다니엘 씨는 자기네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일단 상당하고 미래 역시 고무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더불어 자신의 아들 역시 비지니스에 참여중이라는 걸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네요(조만간 4대째로 이어질 거라는 부분 미루어),

스와치 그룹의 ETA 무브 공급 제한(중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ETA 측과 훌륭한 파트너쉽을 유지하고 있어 무브먼트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과 

더불어 중장기적으로는 자사 무브먼트 개발에 대한 의지 역시 피력하고 있습니다.   


티토니는 남성용, 여성용 컬렉션 통털어 컬렉션 종류가 많지도 않을 뿐더러, 각 대표 모델별로 한해 생산 수량도 많지 않다고 합니다. 

정확한 수치까진 제가 아는 데 한계가 있지만, 아무래도 회사 규모 자체가 크지 않은데다 철저히 스위스메이드를 고수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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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는 오늘 리뷰할 모델을 본격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위 사진 속의 시계는 마스터 시리즈(Master series) 83588 S-296라는 모델입니다. 

공식 홈페이지 제품 정보 링크: http://www.titoni.ch/en/gents/master-series/detail/83588-s-296.html



마스터 시리즈는 티토니 전 컬렉션 중에서도 가장 고급 라인에 속합니다. 

남성용, 여성용으로 구분된 마스터 시리즈 라인의 시계들은 또한 흥미롭게도 거의 전부 크로노미터(Chronometer)급 무브먼트를 사용하고, 

COSC 인증까지 받습니다. COSC 관련 추가 자료 링크: http://en.wikipedia.org/wiki/COSChttp://www.cosc.ch/chronometre.php?lang=en


Top ten chronometer producers in 2011


1 Rolex 751,285

2 Omega 509,301

3 Breitling 154,456

4 Mido         49,343

5 Panerai 34,463

6 Chopard    28,641

7     Titoni     20,536

8 Enicar 17,115

9 Ernest Borel  8,372

10 Ulysse Nardin 6,695

* Figures from the 2011 annual COSC annual report


지난해 공개된 2011년도 기준 COSC 인증을 가장 많이 받은 브랜드 톱 10 리스트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롤렉스, 오메가, 브라이틀링 같은 브랜드와 함께 티토니가 의외로 높은 순위인 7위에 랭크돼 있고,

총 2만여 개가 넘는 시계가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은 것으로 확인됨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작년에 이 자료를 카이로스 님 뉴스 기사(https://www.timeforum.co.kr/5518084)를 통해 처음 접했는데, 그 결과가 좀 뜻밖이어서 흥미롭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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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저는 본 리뷰의 마스터 시리즈 모델(83588 S-296)을 접하기 전까지는 티토니 시계를 실물로 본 적은 한번도 없답니다. 

제겐 그 이름조차 사실 요즘 시쳇말로 '듣보잡'이었으니까요.^^;;;  하지만 해당 모델을 실제로 접하고 나서는 

역시 시계란 사람과 마찬가지로, 보기 전까지는 선입견을 미리 갖지 않는게 좋다, 라는 새삼스런 교훈 같은 것을 얻게 되었답니다. 


전체 유광 폴리싱 처리된 스틸 케이스(브레이슬릿 포함)는 소위 말하는 광빨이 제대로 살아 있는 인상적인 퀄리티를 보여주었으며, 

시계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다이얼 역시 요리 보고 조리 봐도 흠 잡을 데 없이 깔끔하게 똑 떨어지는 수려하고 잘 정돈된 상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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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에서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미닛 트랙에 흡사 레코드판을 보는 것처럼 동심원 형태로 입체감 있게 굴곡이 들어간 것입니다.(광장을 연상시키는 건축학적 모티브!)

그 위로 5분 간격으로 아플리케 타입의 인덱스가 놓여져 있으며, 각 양각 인덱스는 폴리싱 처리를 해서 가시적으로도 블링한 효과를 선사합니다.(모서리는 브러시드 처리)


오동통한 리프(leaf)형태의 핸즈는 끝부위는 루미노바 도료가 채워져 있고 나머지는 스켈레톤 처리가 돼 시원해 보이기도 하고 뭔가 토끼 귀처럼 귀여워보이기도 합니다. 

핸즈나 초침, 3시 방향의 데이트 디스플레이 테두리, 12시 방향의 인덱스, 6시 방향의 마스터 시리즈 및 크로노미터 인증을 알리는 패치 같은 것 역시 

전부 폴리싱 처리되어 자칫 단순해 보일 수 있는 형태의 심플 드레스워치를 자못 화려하고 입체감을 느끼게 해줍니다.(밝은 조명 아래서나 야외에선 특히나)

또한 다이얼과 흑백의 명확한 대비를 이뤄 비슷한 화이트 다이얼 모델 보다 한결 더 시인성에 도움이 될 듯 하며, 블랙 다이얼 쪽이 좀 더 고급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덧붙여 전면 글라스는 약간 돔 형상의 사파이어 글라스(Double Curved Sapphire)로 내부 단면 무반사 코팅 처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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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 갑자기 꽃 사진이냐고 하시겠지만...ㅋㅋ 이건 매화입니다. 

티토니 다이얼 상단에 엠블럼처럼 자리하고 있는 게 바로 매화를 형상화 한 것이라고 하네요. 


매화는 아시다시피 중국인들이 모란과 더불어 정말 좋아하는 꽃입니다. 한때는 국화(國花)로까지 논의될 정도였지요. 

중국인들에게 매화는 예부터 절세 미녀 내지 정절, 순결함 같은 덕목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옛 시조 같은 걸 보면 우리 선조들 역시 매화를 군자의 절개를 상징하는 꽃이라 하여 각별하게 여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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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편으로는 또 티토니의 매화 심볼이 몽블랑의 스타(star) 심볼도 연상시키더군요. 

위 사진 속의 스타 컬렉션과 비교해 보면 의외로 비슷한 점이 더 있습니다. 찾아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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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 쪽 프로파일 모습입니다. 

재미있는 건, 크라운 형태 역시 꽃 모양으로 에둘러 음각을 하고, 그 가운데에는 짙은 그린 스톤을 박아 넣었습니다.

(참고로 다크 그린은 티토니가 시계 디테일이나 패키징, 광고 이미지 등에 즐겨 사용하는 일종의 브랜드 색상이기도...)


해당 스톤의 종류가 어떤 건지는 모르겠으나(위 몽블랑처럼 단순히 에나멜 계열에 색소를 넣은 것인지), 

실제 만져 본 느낌은 강화 유리 같은 걸로 만든 비즈 같은 질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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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예지만 까르띠에의 그것처럼, 크라운에 블루 사파이어나 스피넬 (Spinel: 첨정석)을 박아 넣는 식의 카보숑(cabochon)형태까지는 아닐지라도

그와 유사한 느낌을 주면서도 왠지 앙증맞고 또 고급스러운 디테일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린색감이 약간 비취 느낌도 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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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 반대 방향쪽 프로파일은 이렇습니다. 볼륨감이 느껴지는 케이스 측면 가운데에 해당 모델의 시리얼 넘버가 흡사 패치처럼 스크류를 통해 부착, 고정돼 있습니다. 


참고로, 지름 40mm 케이스에 비해 러그 투 러그 길이는 좀 길쭉한 편입니다. 약 50mm 정도 길이구요.

앞서 사진 보셨다시피 러그 두께 자체도 두툼하고 측면이 살짝 계단형태로 이뤄진 것도 특색이 있습니다. 


길쭉하게 시원스럽게 뻗은 러그 형태와 두께, 그리고 다이얼과 측면 디테일 같은 부분들 덕분에

시계는 전체적으로 남성성과 여성성이 묘하게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느낌을 줍니다. 

섬세한 디테일로 고급스러움은 살리면서도 전체 디자인적으로는 남성용 드레스워치로써의 카리스마 같은 것도 놓치지 않은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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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씨스루 형태의 케이스백입니다. 

역시나 폴리싱 처리된 유광 케이스백에 간단한 정보가 깔끔하게 인그레이빙 돼 있으며(6개의 일자 스크류로 고정),

가운데 글라스 역시 전면부와 마찬가지로 사파이어 글라스입니다. 


사파이어 글라스를 통해 보이는 무브먼트는 기존에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ETA의 스탠다드나 엘라보레급 2824-2와는 은근히 큰 차이를 보입니다.

비교적 조밀하게 플레이트 상하단에 페를라쥬 가공을 했고, 각 주요 고정 스크류 역시 헤드 부분을 폴리싱 처리했으며(일부 블루 스크류), 

가시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아무래도 로터에 각인 후 길트 마감한 것입니다.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을 연상시키는(혹은 티토니 본사? ㅋ) 건물과 브랜드명과 컬렉션 이름이 차례로 잘 인그레이빙 돼 있네요.  


또한 당연하게도, 밸런스 소재 역시 니켈 도금이 아닌 글루시듀르(Glucydur) 밸런스에 니바록스 1등급 아나크론 헤어스프링이 장착돼 있습니다. 

비슷한 급의 크로노미터 인증 시계를 내놓는 미도나 볼워치의 모델과 비교했을 때도 오히려 티토니의 수정된 2824와는 비교가 좀 안 될 정도네요. 

기대 이상으로 신경을 쓴 흔적이 느껴져 시계 전체의 품격 역시 높아 보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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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물론, 그래봤자 에타지, IHM도 아닌 것이 뭔 그리 가치가 있냐? 고 하실 분도 계실 지 모르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ETA 무브먼트 자체가 전반적인 수급 부족으로 원가 자체가 불과 몇년 전보다 크게 상승한데다, 

같은 2824, 2892, 7750이라해도 엘라보레와 크로노미터 그레이드 간에는 가격 뿐 아니라 대접 받는 것부터 차이가 납니다. 


일단 요 근래 에타 무브 중에서 탑 그레이드나 크로노미터 그레이드는 스와치 그룹 소속이 아닌 이상 기타 브랜드 시계에선 잘 보기 힘들어요. 

그만큼 그레이드가 높을 수록 무브먼트 품귀 현상 내지 브랜드별 선점 경쟁은 더욱 심해졌고(일부는 무브 그레이드에 따라 터무니 없는 가격차를 두기도),

앞으로는 고급 에타 무브가 오히려 어지간한 브랜드의 검증되지 않은 인하우스 무브보다 귀한 대접 받을 날도 제 사견이지만(IMHO) 멀지 않았다 봅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티토니의 마스터 시리즈의 시계들은 오히려 대중적으로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에 좋은 품질의 오토매틱 시계를 소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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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A 스탠다드나 엘라보레급은 그냥 케이스백을 솔리드로 막는 게 차라리 낫다고 보는 주의지만,  

비록 단순한 형태나마 티토니처럼 이 정도 수정된 2824라면 자신있게 보여줘도 괜찮다 싶습니다. 


에타 범용 무브먼트의 기본 퍼포먼스나 수리(관리)의 용이성에 관해서는 제가 더 이상 구구절절 첨언할 필요도 없겠지요. 

개인적으로 에타 무브 중에서 저는 2824-2를 가장 좋아합니다. 이만큼 튼튼하고 오래 충분히 검증됐으며, 사용하기 편리한 무브도 많지 않지요.  


덧붙여, 이 시계의 방수 기능은 씨스루백에 스크류다운이 아닌 일반 푸쉬 인 크라운인데도 불구하고 100m 방수를 지원합니다. 

클래식 드레스 워치류가 보통 30m 생활 방수 정도인 걸 감안하면, 이 시계는 현대 유저들의 편리성을 보다 고려한 셈입니다. 간단한 레포츠 활동까지는 가능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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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연 브레이슬릿 역시 전체 폴리싱 처리되어 시계의 존재감 내지 적당히 력셔리함을 과시하기에는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다만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유광부가 많을 수록 작은 스크레치도 눈에 띄기 십상이니 예민하신 분들은 구매전 이 부분도 고려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5연 브레이슬릿은 적당한 무게감과 함께 손목에서 감기는 느낌이 참으로 좋았으며, 자세히 보면 가운데 두 줄의 중앙 부분에 얕게 홈을 파서 

브레이슬릿 자체의 입체감도 은은히 느껴지게 합니다. 언뜻 보면 크게 드러나지 않는 디테일 같지만, 이런 작은 부분 역시 간과하기엔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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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쉬버튼으로 간편하게 조작 가능한 양방향 버터플라이 형태의 버클부는 역시나 깔끔하게 잘 가공됐으며 탈착시에도 적당한 텐션이 느껴져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이런 식의 버클 형태가 손목이 지나치게 얇은 분들께는 착용감 면에서 약간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 

애초 버클 형태를 고려해 브레이슬릿 코 조정시 자기 손목 형태에 맞게 잘 조정하는 것도 요구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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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위 해당 착샷은 수입사 배재통상의 한 관계자분께서 협조해 주셨습니다. 

손목 둘레도 가늘고 피부도 여자처럼 고우셔서 해당 시계와 더 잘 어울리시는 듯 싶네요. 


태생이 드레스 계열 워치지만, 세미 정장이나 좀 얌전한 케쥬얼 차림에도 두루 잘 어울릴 것으로 사료되며,

러그 20mm 사이즈라 다양한 가죽 줄질도 원하신다면 즐기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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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리뷰한 모델 말고도 같은 라인 안에 위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가죽 스트랩 버전도 있으니 스틸 밴드를 선호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이쪽을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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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추가로 이 모델은 IMPETUS 컬렉션의 83930 S-272라는 모델로써, http://www.titoni.ch/en/gents/impetus/detail/83930-s-272.html

37.5mm 케이스에 썬버스트 패턴의 다크 블루 다이얼, 로만 인덱스, 스와로브스키 큐빅 포인트, 50m 방수, ETA 2892-A2를 탑재한 약간 빈티지풍의 시계입니다. 


원래 남성용 모델로 출시됐지만, 특유의 우아한 유선형 케이스 & 브레이슬릿 형태와 귀엽게 큐빅이 박힌 인덱스 같은 디테일 덕분에 여성분들이 착용하셔도 무방할 듯. 

두께도 10mm 정도로 얇고 무게감도 적어 손목에 찰싹 달라 붙는 느낌입니다. 위 사진 속 모델분처럼 손목이 얇은 소위 귀족손목 분들에게 잘 어울리는 드레스워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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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리뷰의 주인공인 마스터 시리즈와 함께 놓고 사이즈 비교도 해봤습니다. 

마스터 라인과 임페투스(IMPETUS) 라인은 확실히 그 외관부터 큰 차이가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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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토니 국내 매장 현황,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롯데면세점 소공점 11층, 신사면세점 서울점, 신라면세점 인천공항 탑승동점. https://www.timeforum.co.kr/7647698



티토니는 국내서는 이제 겨우 발걸음을 내딘, 어찌됐든 우리에겐 사실 너무나 생소한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워치메이킹 전통은 무려 90여 년을 넘겼고 그 긴 세월동안 꾸준히 합리적인 가격대에 취향을 타지 않는 무난한 디자인의 시계들을 제작해왔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조금은 의아스러울 수 있을 지 모르나, 분명 이들 브랜드는 중화권 국가서 꽤 오랜 세월 꾸준히 선호돼 왔고 모종의 클래스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뭐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이들 브랜드를 인정해주자 이런 차원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시계를 좋아하는 이로서 해당 브랜드의 시계를 직접 접하기도 전에 그 인지도나 광고 이미지의 후광에 휘둘리기 보다는, 

한 컬렉션의 특정 시계가 과연 내가 생각하는 비슷한 기능의 다른 브랜드의 시계와 기능 면에서, 전체적인 스펙면에서, 디자인적 밸런스 면에서 

과연 어떠한 점에 차이가 있고 또 다른 매력이나 장점이 있으며, 나아가 이 정도는 내가 구매를 고려해 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식의 

나름의 비교 분석 정리 과정을 거치는 것은 분명 시계 취미생활 하는 데 있어서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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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맥락에서 오늘 리뷰한 티토니의 시계는 분명 제게는 조금은 신선한 경험을 안겨줬습니다. 

디자인도 너무나 익숙하고 무브먼트도 뻔하고 브랜드마저 낯서니 그냥 별 수 없으려니... 하고 선입견을 갖고 접근했던 면이 없질 않은데, 

해당 시계를 약간의 시간을 두고 차분히 들여다 본 결과 전체적으로 제법 인상적인 퀄리티를 보여주는 시계임을 부인하기가 힘들었습니다. 


해당 시계 리뷰를 통해 제가 느낀 티토니는 대충 이렇습니다. 


긴 전통에 비해 여전히 그 규모는 작은 브랜드이지만, 속은 의외로 내실이 꽉 차있고, 기본적으로 시계를 큰 거품없이 잘 만드는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뷰한 시계 외에도 앞서 이미지 상으로만 소개한 문페이즈나, 파워리저브와 지엠티 기능이 있는 신제품 같은 것도 차후 실물을 보고 싶을 만큼 호감이 생겼지요. 


국내 시계 시장이 커지면서 매년 생소한 브랜드들이 줄줄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들 중에는 물론 역사도 짧고 전반적인 품질이 그리 검증되지 않은 업체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티토니 같은 숨은 내실 있는 브랜드들은 더욱 많이 국내에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존의 브랜드, 무슨 무슨 시계들을 계보처럼 꿰고 그 안에서만 소비를 강요당하는 느낌은 왠지 숨막힙니다. 

세상엔 우리가 도전해 보지 않은, 그리고 우리의 도전을 기다리는 브랜드와 시계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입니다. 



리뷰협조:

배재통상


촬영협조:

2nd Round Studio.

Photographer 김두엽 님.

http://www.2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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