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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ros 1827 2007.07.05 19:21
 
얼마 전 파텍필립을 좋아하는 매니아 두분과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저그런 IWC같은거 치워버리고 '정도'를 걷거라... 라고 이야기하며 파텍필립의
뽐뿌질을 스테레오로 당하던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그래도 기왕에 최고급 시계를 산다면 최고급에서 가격대 성능비가 좋다고 소문난
Moser and Cie 혹은 천재 분위기가 물씬나는 프랑소와 폴 쥬른의 시계를 사겠다고
항변했었습니다. 그에 대한 파텍매니아들의 대답은 '그 사람들 죽고나면 땡인 브랜드
아녀? 백년넘는 전통이 고스톱치며 광팔아서 생긴거 아니니까 그냥 파텍으로 오셈'
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파텍' 및 기타 위에 열거된 브랜드의 시계를 구매한다는것을 염두에 두고
삶을 살아가는 하이엔드 소비자와는 간극이 꽤 넓습니다. 그들도 그것을 아는지 그분
들의 해괴한 논리는 '결혼해서 전세 대출이 1억이건... 1억 천이건 1억 2천이건......별
차이 없다. 그냥 결혼하기 전에 두눈 딱 감고 지르면 결혼후 매니아의 갈증을 견딜수
있을것이느라'라는 것이었습니다. 프라이버시상 그분들의 닉네임을 밝힐순 없지만
두리x님 파텍x아님의 배우자분들이 이 말을 들었다면 어떤표정을 지으실지 궁금합니다.
안그렇습니까 xx번님, 파x좋x님????
 
어쨌든 그정도 '급'의 시계를 산다는 괴롭고도 흐뭇한 상상을 한번 해본다면....
 
건방진 파텍필립이란 브랜드가 2005년도 바젤 박람회에서 고객들에게 설문
조사를 했을때 "파텍 다음으로 좋아하는 브랜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답변으로 언급된 브랜드......
 
 지금 저의 마음이 치우칠 브랜드는 프랑소와 폴 쥬른입니다.
 
 스위스의 제네바 공항에 들어서자 마자 '롤렉스' 상표가 붙은 공항 시계보다 더 먼저
보이던 프랑소와 폴 쥬른의 광고. 그리고  마음을 끄는 단 한마디.
 
Invenit et Fecit.
 
 
지난 세기 마지막해에 태어나 아직 채 10년이 되지 않은 브랜드.
프랑크뮬러를 '걔네들은 뭐 돈은 잘 벌었지' 정도로 평가할수있는 자신감.
그리고 온갖 발명으로 '첨단 기계식 시계'를 내보이는 천재성으로 똘똘 뭉친게 프랑소와 폴 쥬른이라는 브랜드를
보며 느끼는 저의 생각입니다. (또 마케팅의 희생양일 뿐이라고요? 소비자 문화라는게 다 그렇죠 뭐.)
 
 
1. 프랑소와 폴 쥬른이 생기기까지
 
 프랑스 마르세이유 출신의 폴 쥬른은 일단 문제아였습니다. 본드를 불고 까스를 마시는 종류의 문제아라기 보다는
학교에 잘 적응을 못했습니다. 그러다 마르세이유 안에 있는 시계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폴 쥬른은 자신의 적성에
맞는 무언가를 찾게 되었지요. 하지만 그도 얼마안가 그의 말에 따르면 하고싶은 말은 해야 되는 성미때문에 시계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게 됩니다. 이러한 문장을 담은 편지와 함께요: "귀 자녀는 시계제작이 적성에 맞지 않으니
다른 직업을 찾아보도록 하기를 권유합니다."
 
 아니, 꽉 막힌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도 아니고 그래도 유럽의, 게다가 양아치 프랑스의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려면 얼마나 괴짜였겠습니까. 그리고 그는 파리에서 꽤 잘나가는 앤틱 시계 수리샵을 하던 삼촌에게
맡겨지면서 도제생활 및 시계제작 교육을 계속하게 되었습니다. 제게 있어 삼촌이라는 기억은 사람 때리고
오면 우리 부모님이 눈물젖은 적금 해약해서 합의금 만들어주던것 정도인데 이부분은 폴 쥬른이 부럽군요.
 
 폴 쥬른은 삼촌아래서 앤틱수리 복원을 하다가 자신의 시계를 만들어보게 되는데 이는 그의 첫번째
투어빌런 회중시계였습니다.
 
 
사진을 보면 케이스가 좀 찌그러진거 같은데...... 뭐 케이스는 영세하게 만들수 밖에 없었던
꼬마 독립 제작자(?)의 모습이 엿보입니다.
 
그리고 그는 균시차시계, 레트로그레이드 퍼페추얼 캘린더 등등 이름만 들어도 복잡함에 머리가
아픈 시계들을 제작하면서 실력을 쌓아갔고 1989년 THA라는 무브먼트 개발 회사를 몇몇 파트너들과
함께 설립하러 스위스로 거처를 옮기고  Breguet Sympathique라는 쾌종시계에 회중시계를 싱크로
시켜서 시간을 자동으로  맞추는 복잡시계 세트를 영국의 Asprey를 위해 만들고 대형 브랜드들의
무브먼트를 개발해주고 트러블슈팅을 해주는 일등을 하면서 밥과 김치(영어로하면 Bread and butter겠죠)
를 사먹을 수 있었습니다.
 
1991년 폴 쥬른은 Tourbillon Sourverain을 바젤 박람회 독립시계제작자 부쓰에서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IWC의 블럼라인 회장을 제외하고는 그의 시계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고
게다가 블럼라인은 IWC 125주년 기념을 위해 125개의 Tourbillon Sourverain을 만들어주길
바랬으나 비용이 무시무시할것으로 산출되어 다 관두고 폴 쥬른은 2개정도의 시계를 시계
콜렉터에게 판매하는데서 그쳤습니다.
 
그리고 1994년 피자집에서 친구들과 앉아서 그는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내겠다고 선언했고
그 자리에서 4개의 옥타 시리즈 모델들을 주르륵 그려내게 됩니다.
 
 
그리고 5년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1999년 뚜르비옹 모델과 레조난스의 프로토타입을
바젤박람회 AHCI 부쓰에 내놓고 커다란 성공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비록 ACHI부쓰
아래에서 제품들을 발표하긴 했지만 이렇게 1999년은 F.P. Journe이라는 브랜드는
공식적으로 세워졌고 2000년도에는 바젤 박람회에 자신만의 부쓰를 가지고 시계를
내놓고 해리 윈스턴의 Opus One에도 폴 쥬른이 참여하는등 전도유망한 길을 달리게
되었습니다.
 
하나 특이한점은 투자자를 유치해서 자신의 브랜드를 새웠던 프랭크 뮬러와는 달리
(지금은 그 프랭크뮬러도 아예 떠났지요) 폴 쥬른은 20개의 투르비옹 시계를 예약받아
그 선수금으로 브랜드를 세운 경우이기에 폴 쥬른의 브랜드 내에서의 의사결정력이라던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입니다.
 
2. 라인업
 
 프랑소와 폴 쥬른의 시계는 일단 라인업이 간명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 라인업 안에 들어있는
모델을 하나하나 살펴보는건 CR님이나 클래식님같은 구조적 경이로움을 파헤치는걸 즐거워(?)하시는
분들에게나 가능할 듯 하니, 지금 이 자리에서는 얼추 훑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폴 쥬른의 라인업은................... 소버린 (Souverain), 옥타 (Octa), 그리고 한정판이 전부입니다.
 
 시계의 알맹이는 심플시계도 복잡(?)할지 몰라도, 아 간단해서 마음에 듭니다.
 소버린과 옥타의 차이점은 역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소버린은 수동, 옥타는 자동입니다.
 (위의 문장을 쓰는데 10분을 고민했습니다. -_-;)
 
 
위에서 왼쪽으로부터 소버린 뚜르비옹, 크로노미터 레조난스, 크로노미터 소버린, 그리고 크로노미터 소버린 38mm와
맨 오른쪽은 일본 한정판입니다.
 
소버린 뚜르비옹은 폴 쥬른이라는 브랜드 자체를 가능하게 했던 앵벌이 모델... 아니.... 최초의 간판모델이엇습니다.
그냥 뚜르비옹이라면 사실 중국의 Seagull이라는 회사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그 회사를 폄하하는게 아닙니다만
그 회사의 저렴한 뚜르비옹 실현으로 인해 뚜르비옹 그 자체의 명성이 많이 내려갔기에 쓰는 비유입니다.) 폴 쥬른의
뚜르비옹은 밸런스에 일정한 토크가 전해지는것을 메인스프링 엔지니어링을 통해서 뿐만이 아니라 Remontoir...즉
정력(constant force) 탈진기 식으로 중간에 토크를 전달하는 스프링을 채용하여 '크로노미터 추구형'이라는
폴 쥬른 무브먼트의 성격을 기발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담아낸 시계입니다.
 
개선된 현행 모델에는 dead second 기능을 담고있는데 이는 즉 초침이 물흐르듯 흐르기 보다 1초가 지나가면 바늘도
그에 맞춰 1초가 흘러가는, 어찌보면 '쿼츠'같은 모습이긴 하지만 기계식에서 그런 모습을 구현해내는 또 다른
복잡기능을 담고있습니다. (쿼츠시계는 물흐르듯 바늘이 가게하려고 기술을 개발했던 곳도 있기에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위의 사진에서 좌측에서 두번째는 레조넌스 모델로서 1999년 시험판, 2000년도 정식판이 나온 이후에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모델입니다. 옛 시계제작자 선인들이 쾌종시계에 적용했던 resonance라는 물리적 현상을
폴쥬른이 회중시계에 이어 손목시계에까지 최초로 적용했습니다.
제가 이해할수 있는 수준의 원리는 두개의 독립된 구동체가 서로 공명현상을 일으키듯 간섭해 더 정밀한
시계가 된다라는 논리입니다. 두개 시계가 하나의 정확한 시각을 추구한다는 개념에서부터
멋지 좔좔 흐릅니다.
 
 
크로노미터 소버린은 외모상으로도 심플하고 가격대로도 그나마 폴 쥬른의 컬렉션중 가장 심플한 시계입니다.
저와 같은 매니아에게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마린 크로노미터를 추구하는 모델로서 정확성 향상을 위한 더블배럴을 가지고 있습니다.
 
 
 
엄마친구아들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것을 일깨워 주는 위의 사진 한장. 플래티늄 브레슬렛이라니 정말 비싼
팔찌입니다.
소버린 계열에는 쏘너리, 센티그래프도 있지만 위의 세 모델들이 소버린 컬렉션을 대표하는 큰 줄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옥타 컬렉션은 이미 언급하였다시피 오토매틱 무브먼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22캐럿의 금 오프셋 로터 아래에 담겨진 무브먼트의 특색은 120시간이라는 긴 파워리저브와 그리고 긴 파워리저브에
따른 배럴의 상대적 크기가 큼에도 불구하고 10.1mm 직경의 큰 밸런스입니다. 폴 쥬른 자신의 설명에 따르면
레조넌스나 소버린 뚜르비옹과 같은 옛 시계제작으로 부터의 역사적 연속성은 없지만 이상적인 자동 무브먼트를
만드는데 필요한것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아래 설계한 무브먼트로서 설계에 2년, 개발에 3년의 시간이 걸린
무브먼트라고 합니다. 직경 30mm에 두께 5.5mm이면서 다양한 모듈을 탑재함으로서 다양한 얼굴을 보여줍니다.
 
Octa 컬렉션은 빅데이트 날짜창이 있는 Octa Reserve de Marche, 문페이즈를 더한 Octa Lune, 다이아를
박아서 여성용으로 둔갑한 Octa Divine, Octa Chronographe, 애뉴얼 캘린더인 Octa Calenderie가 있습니다.   
 
 
위 사진의 모델이 Octa Reserve De Marche 입니다. 옥타 컬렉션의 첫번째 모델로서 그 의의가 있습니다.
 
여기에 달덩어리를 더하면......
 
 
 
Octa Lune 모델입니다. 저에게는 어째 랑게와 비슷하다고는 할수 없지만 어딘가 겹치는 이미지를 발견할수
있게 해주는군요.
 
그리고 Octa Chronographe 모델입니다.
 
 
크로노그래프 모듈이 1mm밖에 안한다는데 전 믿을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
 
 
그리고 요건 에뉴얼 캘린더입니다.
 
애뉴얼 캘린더 역시 모듈 두께가 1mm인데요.... 여기에 숨겨져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는
 
폴 쥬른같이 영세(?)한 소규모 아틀리에에서는 케이스를 여러종류로 주문하면 받는 케이스의 품질도 떨어지고
가격도 비싸지기때문에 케이스 규격을 통일시켜서 (옥타용 및 소버린용으로) 그 안에 무브먼트를 맞추는
무시무시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옥타에는 이 외에 소버린의 외모를 닮은 Octa Automatique Reserve와 Octa Automatique Lune 모델도
있습니다.  
 
 
3. 결론
 
 폴 쥬른의 주요모델을 메론 겉 핥듯이 잠시 둘러보았습니다.
 폴 쥬른의 모델들을 실제로 보았을때는 너무 후덜덜 떨려서 실제로 만져보지는 못했었습니다만, 훗날
그의 인터뷰에서 읽는 많은 내용들....... 약 50명의 시계제작자들의 그의 관리 하에서 시계를 만들고 있으며
(폴 쥬른 본인은 프로토타입을 완성시키고 나면 바로 다음시계 개발로 넘어가는 개발 중심의 장인입니다)
옥타 리저브모델같은 경우 시계 제작에 투입시킬수 있게될때 까지 3달에서 8달에 걸친 훈련 및 교육을 필요로
한다..... 어차피 가격은 '손재주'값이기에 골드나 플래티넘이나 가격차이가 별로 나지 않게한다...등 이것 저것
마음에 드는 이야기들이 많았었고 그의 이름하에 정말로 '발명'되고 '만들어지는' 구조에서 만들어지는
그의 시계들은  파텍필립의 '전통'이라는 무게를 따라잡는다기 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힘을 얻어 큰 모멘텀으로
시계업계에서 우뚝 서고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20년 넘게 자신의 이름없이 시계 수행을 하다가 이렇게 성공한 경우를
보면, 어떤 측면에서건 자신의 인생에서 각자 성공하고 싶은 사람에게 꿈을 불어주는 모습도 보이기에,
전 프랑소와 폴 쥬른이 더 좋아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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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및 참고문헌은 다 퓨리스츠 쥬른 갤러리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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