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태그호이어(TAG Heuer)의 태그가 '혁신적인 기술력(Techniques d'Avant Garde)'을 뜻하는 문장의 이니셜임을 잊곤 합니다. 1985년 태그 그룹이 호이어를 인수하면서 붙여진 현재의 이름에 너무나 익숙해진 탓인데요(이후 1999년 다시 LVMH 그룹에 인수됨). 155년 넘게 건재하며 큰 변화의 시기마다 손목시계 역사에 획을 그을 혁신적인 시계들을 다수 선보인 이들이기에 '태그'라는 이름이 갖는 의미와 울림이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마이크로그래프, 마이크로타이머 플라잉 1000, 마이크로거더
2011년 초당 1,000회(시간당 3,600,000회, 500헤르츠) 진동하는 마이크로타이머 플라잉 1000(Mikrotimer Flying 1000)와 2012년 초당 5/10,000회(시간당 7,200,000회, 1,000헤르츠) 진동하는 마이크로거더(Mikrogirder)와 같은 전례 없는 컨셉의 하이-비트 시계들로 기술력의 한 정점을 찍은 태그호이어는 지난 몇 년간은 기술적인 혁신 보다는 세일즈에 보다 치중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그럼에도 장-클로드 비버(Jean-Claude Biver) 회장의 지휘 하에 까레라(Carrera) 라인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하고, 매뉴팩처 무브먼트의 개발과 제작에 집중함으로써 호이어 01, 02와 같은 믿음직스러운 인하우스 크로노그래프 칼리버도 확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2016년 발표한 까레라 호이어-02T
나아가 2016년 까레라 라인을 통해 발표한 호이어 02T는 가장 인기 있는 두 컴플리케이션, 크로노그래프와 투르비용을 결합하면서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기관(COSC) 인증을 받은 100% 스위스 메이드 매뉴팩처 크로노그래프 투르비용 시계로는 파격적인 가격대(2만 스위스 프랑 미만)로 출시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태그호이어는 까레라 칼리버 호이어 02T 투르비용 나노그래프(Carrera Calibre Heuer 02T Tourbillon Nanograph)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갑니다. 이 시계는 2016년 런칭한 기존의 까레라 호이어 02T를 기반으로 소재에 큰 변화를 줬는데요. 외장 소재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내장 소재 그 중에서도 기계식 무브먼트의 가장 핵심적인 부품이라 할 수 있는 헤어스프링에 근본적인 변화를 줬습니다.
전통적인 니켈-철 합금 소재인 엘린바(Elinvar) 헤어스프링과 이를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된 니바록스(Nivarox) 헤어스프링, 그리고 최근 여러 브랜드서 도입하고 있는 실리시움(실리콘) 헤어스프링이 아닌, 가스에서 유래한 카본 컴포지트(Carbon Composite) 소재의 헤어스프링을 처음으로 도입했습니다. 이를 또한 외주 제작이나 협업이 아닌 라쇼드퐁 태그호이어 매뉴팩처 내 연구소에서 인하우스 개발, 제조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관련해 현 태그호이어 인스티튜트 CEO이자 R&D 팀의 수장으로서 과거 마이크로타이머 플라잉 1000, 마이크로거더, 마이크로펜둘럼S 등 혁신적인 시계들을 탄생시킨 LVMH 워치메이킹 부서의 브레인 기 세몽(Guy Sémon)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습니다(그는 2017년 모노크리스탈 실리콘 소재의 단일 구조 오실레이터 부품을 적용한 제니스의 데피 랩을 탄생시킨 인물이기도 함).
- 카본 컴포지트 헤어스프링과 알루미늄 합금 소재의 밸런스 휠 등으로 구성된 새로운 호이어 02T 칼리버의 투르비용 케이지
제조 관련 특허 출원 중인 태그호이어의 새로운 카본 컴포지트 헤어스프링은 매우 가볍지만 단단하고, 중력 및 외부 충격, 자기장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으며, 콜렛(Collet)으로 불리는 밸런스 휠 축 위에 얹을 때 필요한 별도의 메탈 부품이 따로 필요 없이 헤어스프링 자체에 이미 포함돼 있기 때문에 조립 및 조정, 수리할 때도 용이합니다. 그리고 어느 한쪽으로 쏠림 없이 완벽하게 중심에서 흐트러짐 없이 동심원을 그리며 진동하기 때문에 진동각의 차이도 최소화하며 보다 정확한 타임키핑에 기여한다고 브랜드 측은 설명합니다. 그리고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미러 가공 처리된 카본 컴포지트 헤어스프링의 표면은 나노스코프(1밀리미터보다 100만배 작은 크기의) 육각형 패턴으로 조직화돼 있고, 이러한 헥사고날(Hexagonal, 육각형) 패턴 모티프는 블랙 PVD 코팅 마감한 스켈레톤 로터에도 적용되어 디자인적인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직경 45mm 크기의 멀티 케이스 바디 부분은 블랙 PVD 코팅 마감한 티타늄 소재를, 양 러그와 타키미터 눈금이 새겨진 베젤부는 내구성이 뛰어나고 스크래치에 강한 카본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무브먼트는 기존의 매뉴팩처 크로노그래프 투르비용 칼리버 호이어 02T를 기반으로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주요 부품(인하우스 헤어스프링)의 소재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고 스켈레톤 다이얼면으로 드러나는 바텀 플레이트와 로터에 육각 패턴 장식을 추가함으로써 새롭게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칼리버 넘버가 바뀌지는 않았지만 이쯤 되면 완전히 새로운 칼리버로 보는 쪽이 타당해 보일 정도입니다. 31mm 직경의 해당 칼리버는 시간당 28,800회(4헤르츠) 진동하며, 파워리저브는 약 65시간을 보장합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서도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으며, 케이스 방수 사양은 100m까지 보장합니다.
알루미늄 합금 소재의 투르비용 브릿지에 코팅된 네온(혹은 라임) 컬러에서 착안해 러버 바탕에 블랙 송아지 가죽을 덧댄 스트랩에도 경쾌한 라임 컬러 스티칭을 매칭했으며, 해당 컬러 팁은 크로노그래프 초침과 카운터 핸드, 푸셔 테두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까레라 칼리버 호이어 02T 투르비용 나노그래프(Ref. CAR5A8K.FT6172)는 뜻밖에도 한정판이 아니며, 공식 리테일가는 2만 4,900 스위스 프랑(CHF)으로 책정됐습니다. 기존의 호이어 02T 제품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가격대도 인상적입니다.
- 까레라 칼리버 호이어 02T 투르비용 나노그래프를 공식 제품 영상으로도 확인해보세요.
상당히 매력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