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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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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스포츠 시계를 언급할 때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의 로열 오크(Royal Oak)는 예외 없이 가장 첫 번째로 꼽히는 클래식 중의 클래식입니다. 지난 세기 최고의 시계 디자이너 제랄드 젠타(Gérald Genta, 1931~2011)의 스케치를 기반으로 1972년 탄생한 로열 오크는 손목시계 역사상 길이 남을 아이콘이 되었고, 어쩌면 오데마 피게가 지금까지 독립 브랜드로 굳건히 존재할 수 있게 한 버팀목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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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랄드 젠타의 로열 오크 오리지널 스케치와 이를 바탕으로 1972년 제작된 시계   

제랄드 젠타는 1970년대 초반 당시 오데마 피게의 매니징 디렉터였던 조르주 골라이(Georges Golay)로부터 “이전까지 볼 수 없던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하이엔드 스포츠 시계를 디자인해달라”는 내용의 의뢰를 받고, 원형, 사각형, 타원형이 존재하는 관습적인 시계 디자인에서 탈피해 그가 평소 이상적으로 생각한 이탈리아의 고대 건축 도상에서 유래한 팔각형과 다이빙 헬멧 혹은 배의 현창에서 착안한 이질적인 디테일을 결합함으로써 그만의 개성적인 디자인 철학을 투영한 오리지널 로열 오크 스케치를 완성했습니다. 이후 로열 오크라는 이름은 영국의 찰스 2세가 왕자 시절 청교도 혁명으로 올리버 크롬웰의 군대에 쫓겼을 때 총격으로부터 목숨을 구한 동명의 떡갈나무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20세기 초반 활약한 영국 왕실 해군의 로열 오크 군함서 착안했다는 설이 현재는 동시에 인정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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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열 오크의 상징인 팔각형 베젤과 8개의 육각형 스크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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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찍이 특허권을 획득한 로열 오크의 독창적인 케이스 구조 

측면을 경사지게 깎아낸 옥타곤(Octagon, 팔각) 형태의 베젤과 이를 고정하면서 노출시킨 8개의 육각형 스크루, 케이스 일체형으로 이뤄진 남성적인 느낌의 메탈 브레이슬릿, 훗날 타피스리(Tapisserie)로 불리는 격자무늬 패턴이 각인된 다이얼, 끝부분을 둥글린 바통형 인덱스와 핸즈 같은 디테일은 로열 오크를 규정하는 특징적인 요소들로, 1970년대 당시만 하더라도 손목시계 디자인으로는 유례없는 아방가르드한 스타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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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열 오크의 또 다른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브레이슬릿 

또한 전통적으로 하이엔드 시계제조사들은 귀금속인 골드 소재를 주로 선호했기 때문에 흔하디 흔한 스테인리스 스틸은 의도적으로 기피하는 소재였습니다. 그럼에도 오데마 피게는 1970년대를 강타한 쿼츠 위기를 적극적으로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써 하이엔드 시계제조사로는 최초로 스틸을 컬렉션에 광범위하게 사용하기 시작했고, 주류 디자인을 탈피한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스포츠 시계(로열 오크)로 정면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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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2년 출시된 최초의 로열 오크 Ref. 5402 (오데마 피게 박물관 소장품) 

1972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시계박람회(현 바젤월드)에서 대중 앞에 최초로 공개된 로열 오크는 앞서 열거한 여러 가지 이유들로 그 해 바젤 페어의 최대 이슈 메이커로 떠올랐습니다. 첫 로열 오크 모델(Ref. 5402)은 디자인적인 파격 못지않게 39mm에 달하는 큼지막한 케이스 직경도 기성 하이엔드 시계애호가들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1970년대만 하더라도 극소수의 메이커를 제외하면 대체로 지름 33~37mm 정도가 남성시계의 표준 사이즈처럼 통용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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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열 오크 분해도 

게다가 같은 39mm라도 유니크하고 강인한 인상을 지닌 로열 오크는 일반 원형의 드레스 워치들보다 훨씬 더 크고 존재감이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첫 로열 오크 시리즈(Ref. 5402)를 두고 사람들은 특대를 뜻하는 ‘점보(Jumbo)’라는 별칭을 붙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대의 기준치를 넘어선 오버사이즈 또한 로열 오크의 명성에 기여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젊은 부호들은 착용시 손목을 묵직하게 감싸면서 그 전까지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차별화된 디자인을 지닌 로열 오크를 착용하는 것이 시쳇말로 쿨하게 여겨졌고, 손목시계가 단순히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에서 한 사람의 개성과 그가 추구하는 가치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물건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전환점이 되는 시대상과도 얼마간 궤를 같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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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 로열 오크 프린트 광고 이미지 (1972년) 

여기에 무브먼트는 날짜 표시 기능이 있는 얇은 두께(3.05mm)의 자동 칼리버 2121를 탑재해 케이스 두께 역시 비교적 얇은 편이었고, 이는 당연히 훌륭한 착용감에 기여했습니다. 출시 당시 기준으로는 크기도 크고 무게도 만만치 않은 시계였지만, 얇은 두께와 특유의 빼어난 착용감 덕분에 로열 오크는 매우 남성적이고 볼드해 보이지만 실제 착용하면 의외로 우아한 느낌을 주는 시계라는 인식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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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의 레이디 로열 오크 모델 Ref. 8638 
남성용 로열 오크 '점보'의 히트에 힘입어 1976년 여성용 사이즈(29mm)로도 선보였다. 

게다가 로열 오크의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은 스틸 소재로 할 수 있는 최상의 가공 상태를 보여줍니다. 일반적이지 않은 형태의 케이스 및 브레이슬릿 링크 제작을 위해 오데마 피게는 1970년대 초반부터 당시 타 시계제조사에서는 보기 힘든 고가의 현대적인 CNC 머신을 구비하기 시작했고, 단지 기계의 힘을 빌리는 차원을 넘어 각 케이스 모서리와 브레이슬릿의 링크 하나하나까지도 일일이 몇 차례 수작업으로 마감하는 수고스러운 과정을 거침으로써 하이엔드 스포츠 시계 피니싱의 새로운 기준치를 정립해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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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열 오크 셀프 와인딩 신제품 Ref. 15500ST 

물론 본 컬럼에서 오데마 피게의 유구한 역사를 일일이 거슬러 훑어보고자 함은 아닙니다. 사실 이번 컬럼은 지난 1월 제29회 제네바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 2019)에서 첫 선을 보인 로열 오크 셀프 와인딩(Royal Oak Selfwinding) 신제품 Ref. 15500 시리즈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고자 마련했습니다. 본격적인 제품 소개에 앞서 성공적인 전작 Ref. 15400 시리즈와의 간단한 비교부터 시작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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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종 수순을 밟게 된 Ref. 15400ST 시리즈 

로열 오크 셀프 와인딩 Ref. 15500 시리즈가 출시됨으로써 사실상 이전 레퍼런스인 15400 시리즈는 단종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물론 브랜드 차원에서 이러한 사실을 공표한 적은 없지만, 그간의 행보를 되돌아보면 자명한 결과입니다. 게다가 Ref. 15400ST 시리즈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직영 매장에서도 제품이 없어 팔지 못하는 형국이기 때문에(물론 웨이팅 조차 받지 않음) 오데마 피게 입장에서는 새로운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주의를 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터입니다. 한 해 제조 수량이 한정적인 하이엔드 시계제조사일수록 특정 라인 혹은 레퍼런스의 시계가 잘 팔린다 해서 해당 공급량에만 집중해서는 브랜드의 발전을 기할 수가 없습니다. 조금씩 디자인을 바꾸고 사이즈를 다변화하고 심지어 무브먼트를 교체하는 수고를 감수하면서까지 새로운 시리즈를 끊임없이 선보이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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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형 Ref. 15400ST 블랙 다이얼(사진 좌)과 신형 15500ST 블랙 다이얼 모델(우)

이제는 구형이 된 Ref. 15400ST와 신형 Ref. 15500ST의 차이는 다이얼 디테일에서부터 가시적으로 드러납니다. 비교용으로 편집한 위 사진을 보면 아시다시피, 우선 눈에 띄게 바통 인덱스(아워 마커)의 두께가 통통해졌습니다. 얇고 길쭉한 기존의 형태에서 보다 짧고 두꺼운 형태로 변화를 줬는데요. 이는 핸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인덱스와 핸즈 중앙에 특수 야광도료를 코팅하는 건 여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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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블루 다이얼 버전(부티크 에디션) Ref. 15500ST.OO.1220ST.01 

또한 오데마 피게와 AP 로고는 사이즈를 조금 키웠고(자세히 보면 A와 P 사이 간격도 넓어짐), 다이얼 6시 방향에 있던 오토매틱 프린트는 생략했습니다. 인덱스 길이를 줄이고 여백을 채우던 프린트를 생략하니까 다이얼은 한층 더 미니멀해져 시각적으로 커 보이는 효과를 연출합니다(구형과 신형의 케이스 사이즈는 41mm로 그대로인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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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핑크 골드 케이스 & 블랙 다이얼 버전 Ref. 15500OR.OO.D002CR.01 

그리고 날짜창의 위치와 크기가 달라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날짜창 자체가 약간 더 커졌고, 다이얼 바깥쪽으로 더 가까이 붙었습니다. 이로써 3시 방향에 있던 다소 어정쩡한 길이의 짧은 인덱스가 사라져 어찌 보면 다이얼의 전체적인 디자인 밸런스는 신형 쪽이 더욱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기억하시겠지만 1972년 탄생한 오리지널 로열 오크 '점보'나 기존의 '점보' 복각 시리즈 Ref. 15202ST에도 3시 방향에 인덱스가 원래 없었습니다. 리뉴얼한 Ref. 15500 시리즈를 두고 혹자는 오리지널 '점보' 디자인이 아니면서도 묘하게 '점보'스럽다고 표현하는 것도 이러한 디테일의 차이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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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슬레이트 그레이 다이얼 버전 Ref. 15500ST.OO.1220ST.02

더불어 주목할 만한 점은 그랜드 타피스리(Grande Tapisserie) 패턴 다이얼 위에 1분 단위의 눈금을 프린트했던 전작들과 달리, 새틴 마감한 별도의 챕터링 위에 미닛 트레인을 프린트해 어찌 보면 사소해 보이지만(컬렉션의 변화를 잘 못 느끼는 일반인들의 관점에서는), 제법 큰 변화를 보여줍니다. 클래식 로열 오크 시리즈 대부분이 그랜드 타피스리 다이얼 바로 위에 미닛 트레인을 표시해왔기 때문에 오리지널리티를 중시하는 마니아들에게는 다소 반발심이 들 수도 있겠는데요. 미닛 트랙을 별도의 챕터링으로 뺌으로써 로열 오크만의 그랜드 타피스리 다이얼을 더욱 깨끗하고 정돈된 형태로 선보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시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러한 디테일의 변화는 결코 영구적이지 않고 클래식 디자인은 항상 아르케타입(원형)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때로는 새로운 모험도 수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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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블루 다이얼 버전(부티크 에디션) Ref. 15500ST.OO.1220ST.01 

다이얼을 단면이 아닌 두 개의 영역으로 분리함으로써 얻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케이스 측면에서 봤을 때 다이얼이 더욱 입체적으로 보이고, 멀티 파세티드(다수의 각면) & 하이 폴리시드 가공한 화이트 골드 소재의 아플리케 인덱스가 한층 더 돋보이는 것입니다. 스위스 메이드 프린트가 다이얼 아래쪽으로 바짝 붙은 것도 필자 개인적으로는 더 좋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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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Ref. 15400 시리즈의 엔진인 3120 칼리버  

반면 무브먼트의 교체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말 그대로 서프라이즈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완연히 안정기에 접어든 3120 칼리버를 두고 굳이 새로운 칼리버를 제작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하이엔드 시계제조사들은 수동이든 자동이든 베이스 칼리버를 그리 자주 업데이트하는 편이 아닙니다. 기존의 안정적인 베이스를 오랜 세월 가져가면서 그 위에 새로운 컴플리케이션 모듈을 얹는 식으로 오히려 베리에이션을 무수히 확장하는 전략을 취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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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신제품,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셀프 와인딩 Ref. 15210BC.OO.A321CR.01
신형 로열 오크 15500 시리즈와 같은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 4302를 공유한다. 


그러나 올해 SIHH서 런칭한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CODE 11.59 by Audemars Piguet) 컬렉션을 보면 왜 새로운 로열 오크 셀프 와인딩 시리즈(Ref. 15500)에 3120이 아닌 다른 베이스 칼리버를 탑재했는지 단번에 이해가 갑니다. 코드 11.59 셀프 와인딩 라인업에 탑재한 칼리버 역시 로열 오크 신형과 동일한 4302 칼리버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거지만, 오데마 피게의 CEO 프랑수아 앙리 베나미아스(François-Henry Bennahmias)는 결코 안정적인 틀에 안주할 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실제로 그의 리더십 하에 오데마 피게는 전통의 하이엔드 시계제조사로서 갖는 모종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해왔습니다. 그는 전통을 대단히 중시하면서도 새로운 세대의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면 그 브랜드는 정체되고 결국 도태된다고 믿는 경영자입니다. 오데마 피게를 어쩌면 영원히(?!) 먹여 살릴 효자인 로열 오크/로열 오크 오프쇼어 시리즈 외 코드 11.59처럼 완전히 새로운 컬렉션을 작심하고 내놓은 것도, 오데마 피게는 역사적으로 어떤 전환점이 되는 시기마다 동시대 다른 제조사들과는 차별화된 전략과 모험을 겁내지 않았다는 자긍심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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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드 11.59 바이 오데마 피게 셀프 와인딩 크로노그래프 Ref. 26393OR.OO.A321CR.01
데이트 버전과 마찬가지로 뉴 컬렉션을 위해 완전히 새롭게 자체 개발 제작한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4401를 탑재했다. 단, 코드 11.59 컬렉션은 연간 2천여 개 정도밖에 생산하지 않으며, 그마저도 부티크 에디션이라 국내 매장에는 입고 계획 자체가 없다.  

코드 11.59처럼 완전히 새로운 컬렉션을 구축하는데 있어 오데마 피게는 처음부터 아예 새로운 칼리버를 염두에 두었습니다. 기존의 무브먼트(인하우스 3120이나 피게 베이스의 2385)도 물론 훌륭하지만, 모처럼 야심 차게 선보이는 컬렉션에 이전의 그것을 답습하는 것은 오데마 피게로서는 소위 '간지 떨어지는 짓'이라고 여겼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매뉴팩처 자동 칼리버(4302)가 생겼으니 이를 코드 11.59에만 사용하는 것보다 다른 컬렉션으로 확대 적용하면 좋을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고, 그 적당한 케이스가 바로 신형 로열 오크 Ref. 15500가 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15500 시리즈는 다이얼 디자인부터 무브먼트까지 변경함으로써 로열 오크의 새로운 세대를 연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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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블랙 다이얼 버전 Ref. 15500ST.OO.1220ST.03

새로운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 4302는 이전의 3120 보다 직경은 32mm(14리뉴)로 훨씬 크고, 두께는 4.8mm로 다소 두껍습니다. 총 257개의 부품과 32개의 주얼로 구성돼 있으며, 3120처럼 밸런스 브릿지 방식을 채택해 특유의 안정적인 구조를 이어갑니다. 물론 곧게 뻗은 브릿지 형태를 취한 3120 쪽이 보다 시원시원한 느낌을 주지만, 4302의 U 혹은 V자형 브릿지는 좀 더 개성적으로 느껴집니다. 여기에 또 기존에 볼 수 없던 새로운 형태의(흡사 키를 연상시키는) 레귤레이터를 추가해 미적으로는 더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밸런스의 시간당 진동수는 28,800회(4헤르츠)이며, 파워리저브는 이전 3120보다 개선된 약 70시간으로 3일간의 안정적인 동력을 보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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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매뉴팩처 자동 칼리버 4302 
단, 로열 오크 15500 시리즈에 탑재된 그것과 로터 디자인에 차이가 있음!  

각 브릿지 모서리를 사면(베벨링) 처리하고 다이아몬드 파우더를 묻힌 툴로 미러 폴리시드 마감해 하이엔드 무브먼트의 자존심을 엿볼 수 있으며, 관성을 조절할 수 있는 8개의 블록을 갖춘 특유의 밸런스 형태도 이전 3120과 같습니다. 로터의 양방향 회전에 도움을 주는 와인딩 휠과 마주 보는 브릿지를 보면 3120처럼 면적이 넓지 않고 모서리를 곡면 처리함으로써 기어트레인 하부를 노출한 점도 시각적인 즐거움에 기여합니다. 공식 스펙상으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3120처럼 세라믹 소재의 볼 베어링을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며, 선버스트 브러시드 마감한 상단면에 8개의 보어 홀(구멍)을 추가한 것도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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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형 로열 오크 Ref. 15500 시리즈의 케이스백 사진이 아직 공개된 것이 없어서 컬렉션 소개 자료에 등장하는 4302 칼리버 스펙 시트 캡처 이미지를 대신 첨부합니다. 화질이 좋지 않은 점 양해 바랍니다. 

위에 4302 칼리버 공식 이미지를 보면 22캐럿 골드 로터에 메종의 주축이 된 오데마와 피게 가문의 문장을 새기고 중앙에 AP 로고 대신 탑 형태의 장식을 추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실제 로열 오크 Ref. 15500 시리즈에 탑재된 그것은 골드 로터 형태가 다릅니다. 이전 15400 시리즈처럼 두 가문 문장을 새긴 고전적인(?) 로터 형태가 아니라, AP 브랜드 로고를 강조한 스켈레톤 로터 형태를 취해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으로 드러나는 무브먼트의 모습은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기존의 가문 문장 로터를 좋아했던 분이라면 아쉬운 변화로 여겨질 것이고, 새로운 4302 칼리버를 스켈레톤 로터 덕분에 가리는 부분 없이 볼 수 있어 좋다고 여길 분들도 있을 테고, 이는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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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로열 오크 셀프 와인딩은 블랙, 슬레이트 그레이, 블루 3가지 컬러 다이얼을 적용한 스테인리스 스틸 버전과 블랙 다이얼을 적용한 2종의 핑크 골드 버전으로 출시됩니다. 총 5가지 신제품 중 스틸 블루 다이얼 버전만 부티크 에디션으로 전 세계 오데마 피게 직영 부티크에서만 만나볼 수 있습니다. 15400 시리즈에는 있었던 화이트 다이얼 버전이 빠진 것은 좀 의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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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모델 공통적으로 케이스 직경은 41mm이며, 케이스 두께는 기존의 15400 시리즈(9.8mm) 보다 다소 두꺼워진 10.4mm입니다. 새 매뉴팩처 자동 칼리버 4302 자체가 3120보다 다소 두께가 있기 때문인데요. 1mm 미만의 차이기 때문에 사실 체감하는 차이는 미미합니다. 케이스 방수 사양은 이전 시리즈와 변함없이 50m. 케이스 및 브레이슬릿의 전체적인 가공, 마감 상태 역시 이전 시리즈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전체 세심하게 세틴 브러시드 & 폴리시드 마감한 케이스 및 브레이슬릿은 로열 오크의 명성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다만 SIHH 현장에서 시계를 아주 잠깐씩만 착용해서인지, 당시의 피곤함과 뒤섞인 일시적인 기분 탓인지, 브레이슬릿의 마감 수준이 15400 시리즈와는 아주 미묘하게나마 차이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딱히 형용하긴 힘들지만 뭐랄까 표면에서 느껴지는 감촉의 차이랄까요?! 이는 다분히 불확실하고 자의적인 해석인지라 더 이상의 언급은 생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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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거듭난 로열 오크 셀프 와인딩 Ref. 15500 시리즈는 부티크 에디션인 블루 다이얼 버전만 제외하고, 스틸 2종(블랙 & 그레이 다이얼 버전)과 핑크 골드 2종(가죽 스트랩 & 골드 브레이슬릿 버전) 총 4가지 모델 전부 오는 3월부터 국내 오데마 피게 매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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