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HH 2019] Girard-Perregaux Report
지라드 페리고(Girard-Perregaux)는 올해 어스 투 스카이(Earth to Sky)라는 흥미로운 테마를 들고 나왔습니다. 지상에서 하늘까지라는 뜻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지구와 우주에서 모티프를 찾았습니다. 이에 부스를 검푸른 바다와 별들이 수놓은 우주로 꾸몄습니다. 라쇼드퐁의 매뉴팩처는 테마에 부합하는 파란색과 검은색을 활용해 라인업을 짰습니다. 최근 2년여 간 집중했던 라우레아토를 포함해 전체 컬렉션을 두루 건드렸습니다. 특히 독특한 콘셉트의 라우레아토 앱솔루트를 비롯해 브랜드의 최상위 라인인 브리지와 여성 전용 컬렉션인 캣츠 아이에도 새 얼굴을 추가했습니다.
Bridges Cosmos
브리지 코스모스
가장 먼저 소개할 제품은 2019년의 하이라이트이자 어스 투 스카이 테마의 대들보 역할을 맡은 브리지 코스모스입니다. 지금의 지라드 페리고를 있게 만든, 지라드 페리고에게 가장 중요한 브리지, 그 중에서도 브리지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네오 브리지를 뿌리로 합니다. 상단에는 배럴을, 중앙에는 바늘을 마지막으로 하단에는 밸런스(혹은 투르비용)를 설치하는 브리지의 공식을 약간 변형했으나 기본 골자는 그대롭니다.
-브리지 코스모스 Ref. 99292-21-651-BA6F
브리지 코스모스는 어스 투 스카이라는 테마를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천체와 지구를 묘사한 커다란 구체(globe)형 디스크입니다. 9시 방향에 있는 구체는 별자리를 표시합니다. 파란색으로 코팅한 티타늄에 레이저 인그레이빙으로 별자리를 새겼습니다. 이 디스크는 평균태양시가 아닌 항성일(sidereal day)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다시 말해 24시간이 아니라 23시간 58분 4초에 한 바퀴 회전하는 셈입니다(지라드 페리고가 제시한 자료에는 23시간 58분 4초로 명시되어 있습니다만 정확한 항성일 주기는 약 23시간 56분 4초입니다).
12개의 별자리를 완성하는 각각의 별은 야광 도료를 칠한 하이드로세라믹(hydroceramic)입니다. 덕분에 어두운 밤에도 별자리의 위치를 확인할 있습니다. 천체 맞은 편에는 지구가 자전하고 있습니다. 이 구체는 두 가지 정보를 제공합니다. 첫째, 로컬 타임존이 낮인지 밤인지를 알려줍니다. 만약 다이얼 쪽에서 해당 지역이 보인다면 낮, 보이지 않는다면 밤이라는 뜻입니다. 또 다른 기능은 GMT입니다. 적도 아래쪽을 둘러 싸고 있는 24시간 스케일이 각 지역의 시간을 알려줍니다. 천체와 마찬가지로 티타늄에 레이저 인그레이빙을 해 바다와 육지를 구분했고, 대륙과 섬은 별자리와 마찬가지로 야광 도료를 칠해 어둠 속에서 빛을 발산합니다.
다이얼 12시에는 작은 다이얼과 함께 시간을 표시하는 두 개의 바늘이 위치합니다. 슈퍼루미노바를 칠한 두 바늘 덕분에 낮이건 밤이건 간에 시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6시 방향에는 티타늄 스켈레톤 브리지에 고정된 투르비용이 버티고 있습니다. 선블라스트 마감한 브리지는 블랙 PVD 코팅으로 한껏 멋을 부렸습니다. 지름 48mm의 케이스는 비드 블라스트(Beadblast) 마감한 티타늄을 사용했습니다. 얇은 유리 구슬을 분사해 샌드블라스트 방식보다 밝고 부드러운 표면을 얻었습니다. 케이스 두께는 12.15mm로 생각보다 두껍지는 않습니다. 대신, 구체형 디스크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두툼한 박스형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를 채택했습니다. 방수 능력은 30m입니다.
케이스 옆에 있어야 할 크라운은 케이스 뒤로 이동시켰습니다. 구체형 디스크 때문에 키리스 워크나 여러 부품을 배치하는 게 어려웠기 때문일 겁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를 더한 티타늄 케이스백에는 네 개의 열쇠가 달려있습니다. 손톱을 이용해 손잡이를 들어올린 뒤 돌리면 원하는 기능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가운데에 있는 가장 큰 열쇠는 와인딩을, 나머지 세 개는 시간, 천체, 지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열쇠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어 헷갈릴 염려가 없습니다. 무브먼트는 새로 개발한 핸드와인딩 칼리버 GP09320-1098입니다. 362개의 부품과 52개의 보석으로 이루어진 무브먼트는 60시간 파워리저브를 제공합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1,600vph(3Hz)입니다.
1966 “Earth to Sky Edition”
1966 “어스 투 스카이 에디션”
다음은 지라드 페리고의 정통 클래식 라인 1966의 신작, 1966 “어스 투 스카이 에디션”입니다. 지라드 페리고는 1966년에 개발한 시간당 36,000vph(5Hz)의 고진동 무브먼트 칼리버 32A를 앞세워 스위스 천문대 크로노미터 경연을 휩쓸었습니다. 1967년에는 뉴샤텔 천문대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은 클래식 워치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였습니다. 1966은 당시의 업적을 기리는 컬렉션입니다.
-1966 “어스 투 스카이 에디션” Ref. 49555-11-433-BH6A
그러데이션으로 처리한 짙은 파란색 다이얼은 오묘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입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경쾌하고 젊은 분위기의 파란색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얇은 바통 형태의 인덱스와 날렵한 리프 핸즈는 1966 컬렉션의 성격을 나타냅니다. 지름 40mm의 원형 케이스는 스테인리스스틸에 블랙 PVD와 비드 블라스트 처리를 병행해 독특한 질감을 얻어냈습니다. 파란색 스티칭을 넣은 악어가죽 스트랩에 케이스와 동일한 방식으로 제작한 폴딩 버클을 짝지었습니다. 방수는 30m입니다.
무브먼트는 지라드 페리고의 간판인 셀프와인딩 칼리버 GP03300입니다. 지름 25.6mm에 두께가 3.36mm인 얇은 무브먼트로 1966처럼 클래식한 시계에 안성맞춤입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4Hz), 파워리저브는 46시간입니다. 1966 “어스 투 스카이 에디션”은 149개 한정 생산됩니다. 149라는 숫자는 지구와 태양과의 거리인 약 1억4900km에서 착안했습니다.
Laureato Absolute
라우레아토 앱솔루트
이제 지라드 페리고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라우레아토 컬렉션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지라드 페리고는 기존의 라우레아토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라우레아토 앱솔루트 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 3종의 시계는 각각 날짜, 월드타임,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갖췄습니다. 기존 라우레아토가 홉네일 다이얼을 사용한 반면 라우레아토 앱솔루트는 선버스트 처리한 짙은 파란색 그러데이션을 검은색 판 위로 쌓은 다이얼을 적용했습니다. 시간을 표시하는 인덱스를 접착하는 대신 구멍을 낸 것도 차이점입니다. 슈퍼루미노바를 채운 시침과 분침을 비롯해 초침의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세 제품 모두 블랙 PVD 처리와 새틴 마감을 적용한 지름 44mm의 티타늄 케이스를 갖췄습니다. 전면에는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를 사용했고, 케이스백에는 라우레아토 앱솔루트의 상징을 새겼습니다. 방수는 300m입니다. 검은색 일체형 러버 스트랩은 사출 성형 기법으로 제작했습니다. 양쪽 스트랩 표면에 지라드와 페리고를 따로 새겼으며, 파란색 스티칭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라우레아토 앱솔루트 Ref. 81070-21-491-FH6A
트리오 중에서 가장 단순하고 접근이 쉬운 라우레아토 앱솔루트는 힘과 에너지를 상징하는 빨간색 초침과 다이얼의 대비가 매력적인 모델입니다. 셀프와인딩 칼리버 GP03300-1060은 46시간의 파워리저브를 제공하며,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4Hz)입니다.
-라우레아토 앱솔루트 크로노그래프 Ref. 81060-21-491-FH6A
라우레아토 앱솔루트 크로노그래프는 스포티함이 장점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크로노그래프 푸시 버튼입니다. 스크루 다운 방식의 원형 버튼은 납작하고 넓은 모양으로 바뀌었습니다. 덕분에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신속하게 조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버튼 측면을 파란색으로 장식하는 등 세심하게 신경을 썼습니다. 419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셀프와인딩 칼리버 GP03300-1058의 파워리저브는 46시간,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4Hz)입니다.
-라우레아토 앱솔루트 WW.TC Ref. 81065-21-491-FH6A
마지막은 월드타임 기능이 있는 라우레아토 앱솔루트 WW.TC입니다. 지라드 페리고는 월드타임 시계를 WW.TC(월드와이드 타임 컨트롤)이라고 지칭합니다. 24개의 도시명, 24시간 및 낮과 밤을 표시한 다이얼 외곽의 링을 통해 세계 각 지역의 시간을 알려줍니다. 무브먼트는 셀프와인딩 칼리버 GP03300-1060입니다. 파워리저브는 46시간,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4Hz)입니다.
Cat’s Eye Plum Blossom
캣츠 아이 플럼 블라썸
다음은 여성용 시계 캣츠 아이로 넘어가겠습니다. 지라드 페리고는 여성 전용 컬렉션인 캣츠 아이에 매화꽃을 모티프로 한 플럼 블라썸을 추가했습니다. 기존의 오벌 케이스에 앙증맞은 매화꽃으로 장식한 다이얼을 결합해 부드럽고 우아한 시계를 완성했습니다. 기존의 캣츠 아이는 너무 복잡하거나 혹은 단출해서 한쪽으로 치우친 듯한 느낌이었는데 플럼 블라썸의 등장으로 컬렉션에 활력이 넘치는 듯 합니다. 로맨틱한 자태를 뽐내는 이 시계의 하이라이트는 다이얼 9시 방향에 있는 매화꽃입니다. 이 매화꽃은 단순한 장식에 그치지 않고 초침처럼 회전합니다. 시계에 역동성을 더하는 동시에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로서의 역할도 수행합니다.
-캣츠 아이 플럼 블라썸 Ref. 80484D11A701-HK7A
-캣츠 아이 플럼 블라썸 Ref. 80484D52A401-CK4E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에 자개 다이얼을 조합한 모델과 핑크골드 케이스에 어벤추린 다이얼을 짝지은 모델은 크기가 35.4mm X 30.4mm로 동일합니다. 베젤에는 62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했습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는 전면과 후면에 모두 적용했습니다. 무브먼트 역시 똑같습니다. 셀프와인딩 칼리버 GP03300-0149/0150는 46시간 파워리저브를 제공하며,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4Hz)입니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습니다. 스테인리스스틸 모델과 달리 핑크골드 어벤추린 다이얼 모델은 꽃처럼 장식한 오픈워크 로터를 사용했습니다. 방수는 30m입니다.
-캣츠 아이 플럼 블라썸 주얼리 Ref. 80498D53M7B1-BKLA
보석을 빼곡히 박은 화이트골드 모델의 크기는 36.9mm X 30.75mm로 앞서 소개한 제품보다 약간 큽니다. 베젤과 러그에는 52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다이얼에는 361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해 눈이 부실 지경입니다. 버클에도 31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했습니다. 방수나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유무를 비롯해 무브먼트는 위 모델과 동일합니다.
+ 그 밖의 신제품
-라우레아토 퍼페추얼 캘린더
Pre-SIHH를 통해 먼저 공개한 제품으로, 라우레아토 앱솔루트가 아닌 기존 라우레아토의 베리에이션입니다. 1966 컬렉션에서 출시한 적이 있는 퍼페추얼 캘린더를 라우레아토에 옮겨왔습니다. 단, 베이스 무브먼트는 GP03300에서 파워리저브가 54시간으로 늘어난 GP01800으로 변경했습니다. 좀처럼 보기 힘든 독특한 비대칭 디스플레이가 매력적입니다. 7시 방향에 있는 버튼을 눌러 요일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라우레아토 앱솔루트 크로노그래프 카본 글라스
앞서 언급한 라우레아토 앱솔루트 크로노그래프에 카본 글라스 케이스를 접목한 제품입니다. 유리 섬유와 카본을 고온에서 압축해 완성한 카본 글라스로 케이스를 만든 건 시계 업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파란색과 검은색이 뒤엉킨 요란한 무늬의 카본 글래스는 가볍고 단단하며, 밀도가 매우 낮아(1g/cm3에 가깝다고 합니다. 철과 티타늄의 밀도는 약 8과 4.5입니다.) 물에 뜰 정도라고 하네요.
-네오 브리지 "어스 투 스카이 에디션"
2019년의 테마를 주제로 한 또 다른 제품입니다. 기존 네오 브리지와 마찬가지로 지름 45mm의 티타늄 케이스를 사용했으나 다른 어스 투 스카이 에디션과 같이 블랙 PVD 코팅 처리를 한 것이 특징입니다. 배럴과 마이크로 로터 그리고 시간을 표시하는 인덱스를 파란색으로 강조했습니다. 파워리저브가 54시간인 셀프와인딩 칼리버 GP08400-0001를 담고 있습니다.
지라드 페리고는 기발한 메커니즘이나 신기술을 선보이지는 않았으나 보유한 자원을 십분 활용해 확장성을 넓혔습니다. 물론 이는 매뉴팩처의 내공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어스 투 스카이라는 테마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빈티지 1945 컬렉션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은 건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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