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메가 비엔 매뉴팩처 건물 전경 ⓒ OMEGA
오메가(OMEGA)는 지난해 말 스위스 비엔에 위치한 본사 건물 바로 옆에 새로운 매뉴팩처를 오픈했습니다. 타임포럼은 바젤월드 2018 기간 내 잠시 짬을 내어 해당 시설을 견학하고 왔는데요. 포스팅을 통해 여러분들께 제대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 그렌첸 팩토리 내 오메가 9300/9301 칼리버 어셈블리 라인 내부 모습
- 빌레레 팩토리 내 오메가 8900/8901 칼리버 어셈블리 라인 내부 모습
이전까지 오메가 시계를 생산하는 매뉴팩처 시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인근 도시 그렌첸에 위치한 ETA 팩토리와 쥐라 산맥 자락 빌레레에 위치한 팩토리가 그것입니다. 그렌첸 팩토리는 스와치 그룹 산하 여러 브랜드의 무브먼트는 물론, 1999년부터 몇 개의 생산 라인에서는 독점적으로 오메가의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제조하기 시작했는데요. 대표적으로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9300/9301를 꼽을 수 있습니다. 반면 2015년 가을 경 완공한 빌레레 팩토리에서는 오메가의 최신 마스터 크로노미터(Master Chronometer) 칼리버 8900/8901가 생산, 조립되고 있었습니다.
- 2017년 11월 2일 공식 오픈한 오메가의 새로운 매뉴팩처
오프닝 리본 커팅 행사에 참석한 인사들(사진 좌측부터), 닉 하이예크 스와치 그룹 CEO, 스위스 경제교육연구부(EAER) 책임자 요한 N. 슈나이더-암만, 오메가 CEO 레이날드 애슐리만, 건축가 반 시게루 순.
오메가는 자사의 주요 매뉴팩처 시설을 T0, T1, T2, T3, T4와 같은 사원들만 알 수 있는 이니셜과 숫자 조합으로 호칭하곤 하는데, 그간 그렌첸과 빌레레, 그리고 비엔에 각각 흩어져 있던 라인들을 한 건물 안에서 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수직 통합형 매뉴팩처가 마침내 비엔에 오픈하게 된 것입니다. 기존의 그렌첸과 빌레레 팩토리 내 오메가 무브먼트 조립 시설이 새로운 매뉴팩처로 대거 흡수 통합되었고, 그 밖의 브레이슬릿(T3)과 포장(T4) 및 재고와 물류 관리를 포함한 전 단계가 이제 새 비엔 매뉴팩처에서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제품 생산성은 더욱 증대하고, 각 공정 및 업무 효율성도 크게 향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메가는 자사의 새로운 매뉴팩처를 두고 시계 조립, 품질 관리에 있어 업계 최고 수준의 설비를 자랑한다고 호언하고 있습니다.
- 1950년대 촬영된 오메가 본사 및 팩토리 시설 모습
창립자 루이 브란트(Louis Brandt)가 고향인 라쇼드퐁을 떠나 1882년 비엔의 야코브-슈탐프플리 96번가로 처음 회사를 옮긴 이래 현재까지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메가의 HQ 부지에 새롭게 문을 연 매뉴팩처 건물은 가로 길이 70m x 폭 30m x 높이 30m(5층)의 규모를 자랑하며, 건축계의 노벨상인 2014년 프리츠커상 수상에 빛나는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반 시게루(ばんしげる, Shigeru Ban)가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종이와 나무 등 친환경 소재로 건축물을 짓기로 유명한 그는 2007년 도쿄 긴자 중심가에 들어선 4층 높이의 니콜라스 G. 하이예크 센터(Nicholas G. Hayek Center)를 디자인한 것을 계기로 스와치 그룹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습니다. 오메가의 새로운 비엔 매뉴팩처 역시 스위스산 원목과 콘크리트, 유리를 이용해 지은 친환경 지향의 건물로서 단출한 외관서부터 내부에 이르기까지 반 시게루 특유의 미니멀하면서도 일본적인 건축 미학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본사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스와치 그룹 산하 친환경 대체에너지 개발사인 벨레노스(Belenos)가 발명한 새로운 블루 AC 마이크로 인버터가 세계 최초로 오메가 매뉴팩처에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해당 부품들은 건물 지붕면을 장식한 태양 전지판 바로 뒤에 설치되어 직접적으로 전기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태양에너지를 사용 가능한 대체 에너지로 변환시키고, 이를 통해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구조라고 합니다. 또한 건물 외관의 모든 유리 창문이 효율적으로 일조량을 조절하는 일명 솔라 셰이딩(Solar shading)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덧붙입니다.
건물 전체의 에너지 공급은 지하수의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하는 지열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펌프로 끌어올린 지하수가 열 교환기를 통해 건물의 온도를 낮추거나 높이는 식으로 운용됩니다. 더불어 공기의 압축, 진공, 산소 감축 등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과열을 온수 예열 등 다른 필요한 부분에 활용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습니다. 환기에 사용하는 팬 시스템조차도 효율적으로 전기 사용량을 줄여주는데, 환기 수준은 자동 센서를 통해 필요한 정도에 따라 변화하며, 밤에는 가능한 그 정도를 낮추는 식으로 작동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각 워크숍에서도 환기 수준을 생산 과정에 정확하게 필요한 정도에 따라 다르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매뉴팩처 건물 로비에는 오메가를 대표하는 다양한 컬렉션의 제품들이 전시돼 있다.
본격적인 투어가 시작되는 엘리베이터 앞에는 방문자를 환영하는 입간판이 놓여져 있다. 환영의 인사말 중에는 한국말도 포함돼 있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건물 중심부에 위치한 약 건물 3층 높이에 달하는 센트럴 스탁(Central Stock) 룸이었습니다. 매뉴팩처 내부에서는 원칙적으로 사진 및 영상 촬영이 전면 금지되었지만, 유일하게 허용된 공간이 이곳으로 수많은 상자들이 쌓여있는 말 그대로 저장소입니다. 하지만 여느 창고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데요. 안에는 근무하는 사람 한 명조차 안 보입니다. 그야말로 완전한 자동 저장 시스템(Fully automated storage system)을 구축해서 오메가의 시계 제조 과정에 필요한 모든 부품들을 3만개 이상의 상자에 담아 개별 분류 보관하고, 이를 사람이 아닌 로봇 팔이 필요할 때마다 자동으로 꺼내 기민하게 생산 혹은 조립 라인(T1, T2, T3)으로 이동시켜 주는 시스템입니다. 최첨단 수직 리프트와 로봇 팔은 초당 4m씩 이동이 가능하며, 시간당 무려 1,400여 건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오메가 매뉴팩처의 매스 프로덕션을 감당하기엔 충분한 수준입니다.
이렇듯 가히 SF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상당히 체계화된 첨단 자동화 시스템이 인상적인데요. 오메가가 자체 생산 시설에 이러한 완전한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기는 이번이 처음 있는 일입니다. 참고로 롤렉스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첨단 스탁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지요.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저장소 내부에 불이 붙거나 번지지 않도록 산소 농도를 15.2% 수준으로 낮춘 것입니다. 그래서 자동 로봇 팔과 엘리베이터를 연상시키는 이동식 리프트를 관리하는 전문 엔지니어 2명 정도만이 가끔 이곳을 출입할 뿐, 평소에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뜻밖의 놀라움을 안겨준 센트럴 스탁 룸을 벗어나 다음으로 향한 곳은 건물 3층에 위치한 T2 섹션입니다. 이곳에서는 무브먼트를 케이스에 조립, 검수하는 과정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먼지 하나까지도 흡착하는 일종의 필터링 기기 같은 것이 각 워치메이킹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으며, 한눈에도 반도체 연구소를 연상시키는 극도의 청결한 분위기가 인상적입니다. 오메가는 브랜드 관계자를 제외한 관람객에게는 원칙적으로 내부 출입을 허락하지 않으며, 대신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시설 일부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T2는 업무별로 각 섹션이 나눠져 있으며, 다른 부서들과 마찬가지로 철저하게 분업화된 시스템을 따르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무브먼트에 다이얼만 세팅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 위에 핸드를 세팅하고, 그 너머에서는 케이징 전반을 담당하는 식입니다. 이러한 작업들은 정밀하게 프로그래밍된 기계의 힘을 빌리지만 전부 사람의 손을 거칩니다.
이어 향한 곳은 건물 4층에 위치한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 공간입니다. 스위스 연방 계측학기관(Swiss Federal Institute of Metrology, 이하 METAS) 직원들이 상주하는 별도의 연구소 같은 공간이 따로 한쪽에 마련되었으며, 원래 본사 건물 안쪽에 위치해 있던 시설을 새롭게 매뉴팩처를 정비하며 이곳으로 옮겼습니다.
METAS 시설을 통한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은 크게 8가지 핵심 테스트를 거치게 됩니다. COSC 인증을 받은 무브먼트를 15,000 가우스에 달하는 강력한 자기장에 노출시켜(참고로 이는 롤렉스, IWC의 안티-마그네틱 사양의 시계보다 15배 이상의 항자 성능에 해당함), 24시간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진행하고, 15,000 가우스 자기장 노출 후 하루 평균 오차를 테스트하며, 6가지 자세차와 2가지 온도 변화에 따른 작동 및 정확도를 테스트하고, 파워리저브와 방수 상태 등을 추가로 점검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스마트폰이 평균적으로 발산하는 자기장 수치가 대략 380 가우스, 헤어 드라이어는 400 가우스, 아이패드가 700 가우스, 핸드백 고정 자석이 1,000 가우스, 랩탑컴퓨터가 1,200 가우스, 오피스용 자석이 3,000 가우스, 병원용 MRI 머신이 15,000 가우스 정도라 하니, MRI 기기에 준하는 높은 자기장 노출 환경에서도 영향을 받지 않도록 제작된 오메가의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 시계들이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실용적인지를 새삼 실감할 수 있습니다.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 시설은 생소한 기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가장 정확한 시간 측정을 위해 참고하는 원자 시계가 한쪽에 배치돼 있으며, 트레이에 10개 정도의 시계를 담아 3시간에 한번씩 위치를 바꿔줘는 기계, 이때마다 오차를 개별 측정해 기록하는 컴퓨터, 이렇게 측정이 완료된 시계를 선별해 담은 박스를 초속 선반 위에 실어 내충격성과 작동안정성을 테스트하는 가속 시뮬레이션 기기, 커다란 챔버로 구성된 방수 테스트 기기까지 갖춰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시계에 브레이슬릿 및 스트랩을 장착하고 출고 전 마지막 검수가 이뤄지는 T3 섹션입니다. 이곳에서는 메탈 브레이슬릿의 작은 링크 조립부터 각종 가죽 스트랩의 장착은 물론, 앞서 METAS 랩에서 인증을 받은 시계들의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서와 보증서까지 시계와 함께 패킹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각 시계의 레퍼런스를 확인하고 관련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서만 자동으로 분류하는 로봇이 따로 마련돼 있으며, 한쪽에서는 해당 레드 카드에 레이저 인그레이빙 작업을 하는 로봇 팔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최종 패킹된 블랙 박스들은 로지스틱스를 담당하는 다음 섹션 T4로 이동하게 되고 그곳에서 나라별 발송지로 전달됩니다.
2시간 안팎의 짧은 투어 일정이었지만 오메가의 새로운 매뉴팩처는 뜻밖의 눈요기와 즐거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첨단 방재 설계와 함께 완전한 자동 시스템을 구축한 저장소부터 무브먼트 및 시계가 조립되는 일련의 워크샵과 진보한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 시설에 이르기까지 오메가의 새로운 변화를 체감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