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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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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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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2017년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올해 타임포럼 리뷰의 대미는 스위스 발레드주의 하이엔드 시계제조사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의 로열 오크 오프쇼어 크로노그래프(Royal Oak Offshore Chronograph)로 장식하고자 합니다. 오는 2018년은 로열 오크 오프쇼어 런칭 25주년이 되는 해인데요. 로열 오크 오프쇼어 컬렉션에 최초로 선보인 라인업이 크로노그래프인 만큼, 로열 오크 오프쇼어 크로노그래프 신제품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으로 로열 오크 오프쇼어 25주년을 나름대로 미리 기념하고자 합니다. 

20세기 최고의 시계 디자이너 故 제랄드 젠타(Gérald Genta)의 스케치에서 탄생한 로열 오크가 1972년 하이엔드 스포츠 워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면, 1993년 등장한 로열 오크 오프쇼어는 급변하는 세대의 과감한 트렌드를 수용하면서 기존 클래식 로열 오크의 아이코닉 디자인을 한층 스포티하게 변주함으로써 세계 시계애호가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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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3년 출시한 최초의 로열 오크 오프쇼어 크로노그래프 스틸 모델 

25721란 레퍼런스를 달고 처음 등장한 로열 오크 오프쇼어 크로노그래프는 지름 42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에 블랙 실리콘을 몰딩한 두툼한 크라운과 푸셔를 사용했으며, 수영, 요트 등 각종 레저 활동에도 안심할 수 있는 100m 방수 사양을 보장했습니다. 시대를 앞선 볼드한 사이즈와 디자인으로 첫 로열 오크 오프쇼어 크로노그래프에는 야수를 뜻하는 ‘비스트(The Beast)’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고, 확실히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이러한 종류의 시계는 매우 생소한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로열 오크 오프쇼어 크로노그래프는 젊고 부유한 시계애호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스포츠 워치 라인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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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게 오데마 피게는 알면 알수록 놀라움을 선사하는 브랜드입니다. 14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고 여전히 창립자의 후손들에 의해 운영되는 회사의 특성을 고려할 때 어쩌면 가장 보수적일 수 있는 브랜드이지만, 이들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전환점마다 스위스 고급 시계제조사들 중 그 누구보다 새로운 트렌드를 재빨리 간파하고 이를 컬렉션에 도입하기를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하이엔드 스포츠 워치 타이틀을 거머쥔 로열 오크로 시작된 오데마 피게의 거침없는 도전의 역사는 사실상 후대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하이엔드 시계제조사들의 행보에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새로운 디자인과 소재에 관한 실험은 위블로와 로저드뷔 이전에 이미 오데마 피게가 구체적인 패러다임을 제시해 보였고, 리차드 밀과 HYT의 유니크한 행보는 오데마 피게의 컴플리케이션 워크샵인 오데마 피게 르노 빠삐(Audemars Piguet Renaud & Papi, APRP)가 없었다면 아마도 반쪽의 성공에 그쳤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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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뷰에서 살펴볼 로열 오크 오프쇼어 크로노그래프는 42mm 버전으로 1993년 출시한 첫 로열 오크 오프쇼어 크로노그래프의 DNA를 훼손 없이 거의 온전히 계승한 라인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올 초에 리뷰한 44mm 버전과 함께 비교해 보는 것도 로열 오크 오프쇼어 팬이라면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군요. 

- 로열 오크 오프쇼어 크로노그래프 44mm 리뷰 바로 가기 >> https://www.timeforum.co.kr/15335229

2014년 새로운 레퍼런스(26470)와 함께 한 번 리뉴얼된 로열 오크 오프쇼어 크로노그래프 42mm 라인업에 올해도 몇 가지 흥미로운 베리에이션이 추가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투톤 컬러 다이얼 모델, 옐로우 골드 케이스 & 브레이슬릿 버전(Ref. 26470BA.OO.1000BA.01)과 스틸 케이스 & 악어가죽 스트랩 버전(Ref. 26470ST.OO.A028CR.01)을 함께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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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오크 오프쇼어 크로노그래프 42mm 옐로우 골드 버전(Ref. 26470BA.OO.1000BA.01)은 케이스는 물론 브레이슬릿까지 전체 18K 옐로우 골드 소재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시계 자체가 선사하는 럭셔리한 느낌은 스틸 모델에 비해 압도적입니다. 컬렉션 특성상 골드 케이스 및 브레이슬릿의 중량감도 상당해서 여느 브랜드의 골드 브레이슬릿 시계와도 착용감의 차이가 확연히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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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케이스백의 고유 시리얼 넘버는 블러 처리 하였으니 감안해서 봐주시길 바랍니다. 

옐로우 골드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의 단면은 세심하게 새틴 브러시드 가공되었으며, 아이코닉한 팔각형 베젤과 케이스 프로파일 모서리, 브레이슬릿 링크 바깥 테두리 부분은 폴리시드 가공해 로열 오크 및 로열 오크 오프쇼어 컬렉션 특유의 입체적인 매력을 과시합니다. 옐로우 골드 컬러가 자칫 고루한 느낌을 주기 쉬운데, 태생적으로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의 로열 오크/로열 오크 오프쇼어 컬렉션과는 묘하게 조화롭습니다. 또한 오데마 피게의 옐로우 골드 케이스는 옐로우 골드 특유의 노란기가 좀 덜하면서 보다 밝고 깊은 톤을 내기 때문에(골드 바를 녹여 배합하는 과정에서 성분의 차이도 있을 듯!) 옐로우 골드 소재에 모종의 선입견이 있는 분들에게도 실물을 보면 느낌이 많이 다를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황금빛’을 띠는 옐로우 골드만의 호화로운 분위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은 터라 오데마 피게 역시 이렇듯 꾸준히 다양한 옐로우 골드 베리에이션을 선보이는 것일 텐데요. 좀 더 젊고 경쾌한 느낌을 원한다면 핑크 골드 버전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네이비에 가까운 다크 블루 컬러 다이얼은 일명 ‘메가 타피세리(Méga Tapisserie)’로 불리는 특유의 두툼한 요철이 있는 다이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정 구간의 평균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타키미터 눈금을 새긴 플란지도 다크 블루 컬러를 사용해 통일감을 더했으며, 12시(스몰 세컨드)-6시(아워 카운터)-9시(미닛 카운터) 방향에 각각 위치한 서브 다이얼 바탕은 골드 톤으로 처리해 은은하게 고급스러우면서도 스포티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양각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 및 바통 핸즈 중앙에는 야광 도료를 채워 가독성을 고려했으며, 3시 방향에는 별도의 어퍼처(창)로 날짜를 표시하고 이를 확대해서 보여주는 원형의 사이클롭스 렌즈가 함께 위치해 있습니다. 이 또한 1993년 런칭 당시 최초의 로열 오크 오프쇼어 크로노그래프 모델(Ref. 25721ST)부터 이어진 오리지널 디테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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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스틸 버전(Ref. 26470ST.OO.A028CR.01)을 함께 보실까요?! 

지름 45mm, 두께 14.55mm 크기의 스틸 케이스는 앞서 보신 옐로우 골드 버전과 마찬가지로 흠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미려하게 가공, 마감되었습니다. 오리지널 로열 오크부터 1993년 시판된 첫 로열 오크 오프쇼어 역시 스틸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어찌 보면 스틸 버전이야말로 로열 오크/로열 오크 오프쇼어 컬렉션의 아이덴티티를 대변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스크류 다운 설계의 크라운은 스틸 바탕에 매트한 블랙 세라믹을 입히고, 크로노그래프 푸셔 역시 블랙 세라믹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케이스 방수 사양은 1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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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 방지 코팅 마감한 사파이어 크리스탈 아래 와플판을 연상시키는 메가 타피세리 패턴 마감한 블랙 컬러 다이얼을 확인할 수 있으며, 12-6-9시 방향의 카운터와 이너 베젤(플란지) 부분은 다크 블루 컬러를 사용해 미묘한 투톤의 조화를 이룹니다. 두툼한 양각 아라빅 인덱스와 바통 핸즈에는 화이트 컬러 야광 도료를 채워 야간에도 가독성을 보장하며, 다이얼에 적용된 블루 & 화이트 컬러 대비는 스트랩까지 이어져 시계 전체적인 통일감을 고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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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케이스백의 고유 시리얼 넘버는 블러 처리 하였으니 감안해서 봐주시길 바랍니다.  

무브먼트는 이전 버전과 마찬가지로 인하우스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3126/3840를 탑재했습니다. 기존의 매뉴팩처 자동 베이스(AP 3120)에 뒤부아 데프라(Dubois-Depraz)의 크로노그래프 모듈을 얹은 형태로, 트리-컴팩스 카운터 배열이 12-6-9 형태인 오데마 피게의 현행 로열 오크 오프쇼어 크로노그래프 제품에는 예외 없이 이 무브먼트가 사용됩니다. 42mm 버전뿐만 아니라 44mm 버전에도 말이지요(참고로 1990년대~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예거 르쿨트르 자동 에보슈에 뒤부아 데프라 크로노그래프 모듈을 추가한 2126/2840 혹은 2226/2840 칼리버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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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카운터가 3-6-9 배열을 지닌 로열 오크 크로노그래프 제품군에는 컬럼휠 & 버티컬 클러치 설계의 프레드릭 피게 베이스(Frédéric Piguet 1185)를 인하우스 수정, 제작한 AP 2385 칼리버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얇고 안정적인 설계가 돋보이는 2385에 비해 다소 두께가 두껍고 통합형(Integrated) 설계가 아닌 모듈형(Moduled) 설계에 캠 구동 방식이라는 점에서 3126/3840에 아쉬움을 느끼는 이들이 없질 않지만, 그럼에도 독자적인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베이스로 한다는 점과 스톱 세컨드(핵기능)를 지원하고 세라믹 볼 베어링을 사용한 점 등은 3126/3840 칼리버의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캠 방식의 여느 크로노그래프 조작시 느껴지는 특유의 미끌거림(?)과 스타트시 크로노그래프 핸드가 일시적으로 튀는 듯한 현상도 오데마 피게의 3126/3840 칼리버에서는 전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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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92mm 직경 안에 총 365개의 부품과 59개의 주얼로 구성된 3126/3840 칼리버의 진동수는 3헤르츠(시간당 21,600 진동), 파워리저브는 50시간이며,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모바일 스터드가 달린 프리 스프렁 밸런스, 오데마와 피게 가문의 문장을 새긴 22K 골드 로터, 그리고 정성스럽게 핸드 베벨링(앵글라주) 마감된 브릿지 등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시계 외관에서 풍기는 남성적이다 못해 마초스러운 이미지는 시스루 케이스백을 통해 보이는 섬세하면서도 아름다운 하이엔드급 무브먼트와 극적인 대비를 이루면서 시계를 소장하는 이들 개개인에게 은밀한 즐거움을 선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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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다크 블루 컬러 악어가죽 스트랩에는 경쾌한 화이트 스티칭을 더했습니다. 버클은 스틸 소재의 스포츠 타입 핀 버클로 브러시드 가공한 중앙부에는 오데마 피게의 이니셜 로고(AP)를 레이저 각인했습니다. 

볼륨감 있는 로열 오크 케이스 형태 특성상 고시된 스펙(지름 42mm) 보다 손목에 올렸을 때는 좀 더 커 보이는 측면이 있지만, 날렵하게 빠지는 케이스 하단부(러그)와 고품질의 앨리게이터 스트랩 덕분에 손목에는 큰 이질감 없이 잘 밀착되는 느낌입니다. 다만 손목 둘레가 보통의 남성들보다 얇은 분이라면 양 러그 쪽이 다소 떠 보일 수도 있습니다. 손목이 얇은 분이라면 케이스 사이즈가 좀 더 작고 두께가 얇은(11mm) 로열 오크 크로노그래프 쪽이 탁월한 대안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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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18년이면 어느덧 런칭 25주년을 맞는 로열 오크 오프쇼어. 그 중에서도 로열 오크 오프쇼어 크로노그래프는 해당 컬렉션의 첫 라인업이자 출시 이래 세계 시계애호가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온 브랜드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입니다. 경박하지 않은 개성적인 디자인과 매뉴팩처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독자적인 무브먼트가 조화를 이룬 로열 오크 오프쇼어 크로노그래프는 앞으로도 하이엔드 스포츠 워치의 아이콘으로서의 변함없는 위상을 이어갈 것입니다. 

사진 촬영 : 포토그래퍼 권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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