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바젤월드 리포트에서는 전편에 이어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몇몇 독립 시계 브랜드들을 한 자리에 모아봤습니다. 타임포럼에서는 이미 몇 차례 소개한 바 있는 발레드주의 신생 매뉴팩처 로맹 고티에와 드레스덴의 하이엔드 워치메이커 랑 운트 하이네, 글라슈테의 매뉴팩처 브랜드 모리츠 그로스만이 그 주인공입니다.
Romain Gauthier
대학에서 정밀기계학을 수학한 엔지니어 출신의 워치메이커 로맹 고티에(Romain Gauthier, 1975년생)가 2005년 자신의 이름을 따서 고향인 르 상티에에 설립한 독립 매뉴팩처 브랜드 로맹 고티에. 그는 퓨제 앤 체인 방식의 전통적인 콘스탄트 포스 메커니즘 설계를 응용한(전통적인 퓨제 대신 스네일 캠으로 대신하고, 독자적인 루비 링크 체인을 도입) 로지컬 원(Logical One) 시리즈로 2013년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서 남성용 컴플리케이션 부문을 수상하는 등 최근 고급 시계업계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신생 제조사 중 하나입니다. 자신의 컬렉션 외에 럭셔리 패션하우스 샤넬(Chanel)과 손잡고 샤넬의 첫 인하우스 무브먼트인 칼리버 1의 주요 부품들을 제조, 공급한 것으로도 알려져 시계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더욱 친숙해진 이름입니다.
- 그의 대표작인 로지컬 원 시리즈 플래티넘 버전(左) & 블랙 티타늄 버전(右)
Insight Micro-Rotor
인사이트 마이크로-로터
그리고 올해 바젤월드에서 로맹 고티에는 마이크로 로터 타입의 색다른 오토매틱 시리즈를 선보였습니다. 기존의 로지컬 원이나 HMS 시리즈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단순화한(?) 무브먼트가 시선을 끄는데요. 다시 말해 기존 컬렉션 대비 무브먼트의 설계부터 가공, 피니싱까지 다운그레이드 성향을 보이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치형의 브릿지를 강조한 특유의 건축학적 디자인과 컬렉션 최초로 마이크로 로터 설계를 도입한 점은 인사이트 마이크로-로터를 특별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인사이트 마이크로-로터라는 그 이름에 담긴 뜻처럼 로맹 고티에는 22K 골드 마이크로 로터를 오픈워크 가공한 다이얼면(9시 방향)에 자랑스럽게 노출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형태로는 파르미지아니 플러리에의 톤다 스켈레톤이나 로저드뷔의 엑스칼리버 오토매틱 스켈레톤도 떠올릴 수 있지만, 로맹 고티에는 또 그들과는 다른 차별화된 개성으로 어필합니다. 특히 시계를 정면에서 봤을 때 마이크로 로터와 굴곡의 대칭을 이루도록 곡선형으로 깎은 3시 방향의 브릿지와 다이얼 6시 방향에 밸런스와 이스케이프먼트를 위치시킨 특유의 인버티드(Inverted) 설계가 도드라지는 특징입니다(인버티드 설계는 기존의 로지컬 원과도 공통된 부분).
인사이트 마이크로-로터는 직경 39.5mm의 플래티넘과 로즈 골드 두 가지 케이스 버전으로 출시되며, 오프센터 다이얼 디테일(다이얼 컬러 및 핸즈 소재)에 따라 각 케이스별로 다시 3가지 베리에이션(블랙, 블루, 화이트 그랑푸 에나멜 다이얼)으로 나뉘며, 각각 10피스씩 한정 제작될 예정입니다(즉, 플래티넘 케이스로 30피스, 로즈 골드 케이스로 30피스씩).
무브먼트는 새롭게 개발한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를 탑재, 레드 골드 버전은 NAC 트리트먼트를 적용해 무브먼트 전체에 블랙에 가까운 다크 그레이톤을 띠며, 플래티넘 버전은 팔라듐 코팅 마감을 적용해 케이스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도록 했습니다. 더블 배럴 설계로 80시간의 파워리저브를 보장하며, 진동수는 4헤르츠. 케이스 전후면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통해 독창적인 디자인의 무브먼트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한편 단 한 피스 제작된 하이 주얼리 버전의 인사이트 마이크로-로터 유니크 피스도 있습니다. 홈페이지나 카달로그에는 실리지 않는 모델로, 이번 바젤월드 기간 내 일부 매체에만 특별히 공개했습니다(고티에 자신이 이점을 유독 강조하더군요^^!). 로즈 골드 케이스 베젤 및 러그 상단에 전체 다이아몬드를 세팅하고, 그랑푸 에나멜 대신 화이트 마더오브펄을 다이얼 소재로 사용해 차별화된 모습입니다.
Lang & Heyne
다음은 독일 드레스덴에 위치한 독립 하이엔드 시계제조사인 랑 운트 하이네(Lang & Heyne, 영어식으로는 랑 앤 하이네)의 바젤월드 소식을 전합니다.
랑 운트 하이네의 모든 시계는 창립자 중 한 명이자 마스터 워치메이커인 마르코 랑(Marco Lang, 위 사진 속 인물)의 손끝에서 탄생하기 때문에 사실상 랑의 원맨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랑 운트 하이네는 컬렉션명부터 드레스덴 및 작센 주의 역사적인 인물들에서 그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13~14세기 인근 마이센 일대의 후작을 지낸 베틴 가문(House of Wettin)의 인물들(하인리히, 프리드리히 2세, 프리드리히 3세)을 비롯해, 16~17세기 작센 지방에 선출된 실권자들(모리츠, 아우구스투스 1세 등), 17세기 말부터 18세기까지 폴란드 일대를 통치하고 작센 지방을 크게 번영시켜 ‘강건왕’으로까지 불린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투스 2세 더 스트롱(Friedrich Augustus II the Strong)과 19세기 작센 왕을 지난 요한(Johann) 등이 그 주인공으로, 이들은 드레스덴 중심가에 위치한 명소인 퓌어슈텐추르크의 타일 벽화에서도 접할 수 있는, 이 지방 사람들에게는 비교적 친숙한 존재들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조선시대의 역대 주요 왕들을 컬렉션명으로 삼은 것인데, 유난히 지역의 뿌리를 강조하는 랑 운트 하이네 특유의 브랜드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참고로, 올해 신제품은 아니지만 몇몇 대표 모델 현장 사진으로 함께 보시겠습니다.
- 옛 포켓 워치 디자인에서 착안한 타임온리 수동 모델 프리드리히(Friedrich) 2를 착용한 모습
- 컬럼휠 방식의 수동 모노푸셔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탑재한 알버트(Albert)
- 점핑 세컨드(데드비트 세컨드) 방식을 적용한 이색적인 모델 콘래드(Konrad)
- 컴플리트 캘린더와 이벤트 캘린더 기능을 갖춘 브랜드의 가장 복잡한 시계인 아우구스투스(Augustus) I
Georg
게오르그
그리고 올해 랑 운트 하이네는 새로운 사각시계 컬렉션인 게오르그(Georg)를 발표했습니다. 게오르그는 15세기 말부터 16세기 초반까지 작센의 공작을 지내며 드레스덴 일대를 통치한 동명의 인물에서 영감을 얻은 컬렉션으로, 가로 32mm x 세로 40mm x 두께 9.4mm 크기의 플래티넘, 로즈 골드, 화이트 골드 총 3가지 버전으로 선보입니다.
공통적으로 아라빅 인덱스를 프린트한 화이트 그랑푸 에나멜 다이얼과 함께 핸즈는 열처리한 블루 핸즈 혹은 로즈 골드 핸즈를 적용했습니다. 다이얼 하단에는 ‘메이드 인 저머니’가 아닌 ‘메이드 인 삭소니(Made in Saxony)’로 표기했는데, 브랜드의 뿌리(작센)를 유독 강조하는 이들의 성향을 보여줍니다.
무브먼트는 새롭게 자체 개발, 제작한 인하우스 수동 칼리버 VIII을 탑재했습니다. 케이스 형태에 딱 들어맞는 직사각형 형태의 타임온리 무브먼트로 가로 26.5mm x 세로 34mm x 두께 4.8mm 크기를 갖고 있습니다. 스톱 핸드(핵기능)를 지원하며, 진동수 2.5헤르츠, 파워리저브는 약 55시간을 보장합니다.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사용한 투명 케이스백을 통해서도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는데, 여느 랑 운트 하이네의 그것처럼 아름다운 하이엔드 피니싱을 자랑합니다. 기어트레인을 훤히 노출한 시원시원한 설계가 돋보이는 가운데, 각 휠을 지지하는 브릿지 각각을 미러 폴리시드 가공하고, 블루 스크류로 고정하고 있습니다. 19개 인조 루비와 함께 스크류 밸런스를 고정한 브릿지 상단의 주얼홀에는 1개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것도 전통적인 포켓 워치에서 착안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각각의 칼리버에는 랑 운트 하이네 브랜드 로고 및 칼리버 개별 넘버가 함께 인그레이빙되어 관리됩니다.
Moritz Grossmann
19세기 말 독일 글라슈테 지방에서 활약한 워치메이커이자 독일 최초의 시계학교를 건립한 교육자이기도 한 동명의 역사적인 인물의 업적을 계승하고자 설립한 독일의 신생 매뉴팩처 모리츠 그로스만(Moritz Grossmann)의 바젤월드 소식을 이어갑니다.
Atum Enamel
아툼 에나멜
모리츠 그로스만은 올해 브랜드를 대표하는 미니멀리즘 컬렉션인 아툼 라인에 처음으로 로만 뉴머럴을 프린트한 화이트 에나멜 다이얼 버전을 선보였습니다. 41mm 직경의 로즈 골드와 화이트 골드 두 가지 케이스 버전으로 선보이며, 각각 25피스씩 한정 제작될 예정입니다. 순백의 그랑푸 에나멜 다이얼에는 옛 포켓 워치 디자인에서 유래한 얇고 길쭉한 로만 인덱스를 프린트해(12시 방향만 블루 컬러를 사용한 점도 특색) 클래식함을 배가하고 있습니다.
무브먼트는 기존의 인하우스 수동 100.1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진동수 2.5헤르츠, 파워리저브 약 42시간). 글라슈테 전통의 3/4 플레이트와는 또 달리 2/3 플레이트(저먼 실버 베이스)에 독자적으로 개발한 프리스프렁 밸런스인 그로스만 밸런스와 핸드 인그레이빙 가공한 밸런스콕, 인덱스 포인터와 함께 옛 모리츠 그로스만의 포켓워치 무브먼트에서 영감을 얻은 마이크로미터 스크류로 구성된 독특한 레귤레이터, 3개의 골드 샤통과 함께 이를 고정한 보라색에 가까운 스크류 등 같은 글라슈테 출신 제조사들(랑에 운트 죄네, 글라슈테 오리지날 등)과도 차별화된 개성을 자랑합니다.
참고로 케이스 우측면 3시 방향 크라운 아래에 위치한 별도의 푸셔는 크라운으로 각 핸드 조정 후 크라운을 다시 누를 때 핸드가 튀는 것을 방지해주고 푸셔를 누르는 간편한 조작으로 초를 보다 정확하게 세팅할 수 있도록 돕는(이때 밸런스도 동시에 작동케 하는 원리) 기능을 합니다.
Atum Date
아툼 데이트
아툼 컬렉션에 선보인 또 다른 종류의 신제품입니다. 올해 마침내 타임온리 내지 파워리저브 베리에이션에서 벗어나 데이트(날짜) 기능을 추가한 별도의 라인업을 추가한 것인데요. 그런데 흔히 볼 수 있는 디지털 디스플레이 방식이 아닌 다이얼 외곽에 회전링과 함께 토끼귀를 연상시키는 한 쌍의 암으로 구성된 핸드- ‘괄호’를 닮았다해서 브래킷 스타일 마커(Bracket-style marker)로도 칭함- 가 한 단계 한 단계 움직이며 날짜를 가리키는 일명 ‘점핑 데이트’ 방식으로 구성했습니다(10시 방향의 크라운을 2단으로 뺀 상태서 앞뒤로 돌려 조정 가능).
이로써 아툼 컬렉션 특유의 직선미를 강조한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해치지 않으면서 기존 수동 베이스(100.1)를 바탕으로 알뜰하게 기능 베리에이션을 이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새롭게 선보인 인하우스 수동 100.3 칼리버에는 날짜 변경을 돕는 별도의 스위칭 라쳇 부품과 한 번에 계속 회전하는 것을 방지해주는 릴리즈 레버, 그리고 별 모양의 스위칭 스타와 링 형태의 부품(스프링)에 연결된 스위칭 핑거로 불리는 부품 등 일반적인 데이트 모듈 보다 복잡한 설계의 부품들로 구동합니다. 컬렉션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해 기능을 재해석하고 이를 무브먼트 설계에 적극 반영하는 모습에서 브랜드의 추구하는 바와 독일 제조사 특유의 철저한 면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아툼 데이트는 로즈 골드와 화이트 골드 두 케이스 버전으로 선보이며, 공통적으로 케이스 직경은 41mm, 두께는 11.85mm 입니다. 다이얼은 솔리드 실버(순은) 바탕에 아워 마커는 골드 소재를 사용했으며, 독특한 란셋(Lancet, 주사용 바늘) 모양의 핸즈는 스틸 소재를 바탕으로 일일이 수공으로 폴리시드 마감했는데 로즈 골드 케이스 모델만 브라운 컬러가 살짝 돌도록 열처리를 가했습니다.
Tefnut Sleeping Beauty
테프누트 슬리핑 뷰티
고대 이집트 창조 신화 속에 등장하는 ‘습기의 여신’에서 이름을 딴 동명의 컬렉션에 새롭게 추가된 여성용 모델, 테프누트 슬리핑 뷰티입니다. 싱가포르의 유명 주얼리 디자이너 마이클 고(Michael Koh)와의 협업으로 완성한 로맨틱한 다이얼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는군요. 시분초를 표시하는 일반적인 타임온리 모델이며, 다이얼 3시 방향에 위치한 의인화한 달(제품명에 담긴 의미처럼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형상화)의 모습은 그냥 장식용입니다.
36mm 직경의 로즈 골드와 화이트 골드 두 가지 케이스(베젤부)에 화이트 혹은 옐로우, 블루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총 4가지 베리에이션으로 출시됩니다. 공통적으로 다이얼은 기요셰 마감한 마더오브펄 소재를 사용했으며, 달의 테두리 부분에 총 62개의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 마감했습니다. 탑재된 무브먼트는 인하우스 수동 102.0 칼리버(진동수 3헤르츠, 파워리저브 약 48시간).
Tefnut Twist
테프누트 트위스트
마지막 모델은 테프누트 트위스트라는 시계로, 케이스 6시 방향에 위치한 러그 디테일(스트랩까지 포함)을 돌리면 수동 무브먼트의 와인딩이 가능한 독창적인 와인딩 메커니즘을 이번에 처음으로 도입했습니다.
일명 ‘스트랩 와인더(Strap winder)’ 기능을 위해 기존의 인하우스 수동 102.1 칼리버를 베이스로 기어 트레인에 변화를 주었으며(당연히 와인딩 스템도 6시 방향에 위치), 스트랩의 움직임 때문에 크라운 휠이 헛돌거나 오버-와인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백스톱 라쳇 휠과 배럴에서 직접 연결된 톱날 모양의 휠이 스톱워크를 관장해 보다 정확한 와인딩을 가능하게 합니다.
테프누트 트위스트는 기요셰 마감한 다이얼의 클래식(Classic) 버전과 다이아몬드를 세팅 마더오브펄 다이얼을 사용한 여성용 팬시(Fancy) 버전, 그리고 다이얼에 패턴이 없어 남성들이 착용해도 부담스럽지 않은 젠트(Gent) 버전 이렇게 세 종류에 총 6가지 베리에이션으로 선보이며, 공통적으로 케이스 직경은 36mm, 무브먼트는 새 인하우스 수동 102.2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진동수 2.5헤르츠, 파워리저브 약 48시간).
실시간 정보 및 뉴스 공지는 타임포럼 SNS를 통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2017 by TIMEFORUM All Rights Reserved
이 게시물은 타임포럼이 자체 제작한 것으로 모든 저작권은 타임포럼에 있습니다.
허가 없이 사진과 원고의 무단복제나 도용은 저작권법(97조5항)에 의해 금지되어 있으며
이를 위반시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티에 브랜드의 시계는 스크루 헤드가 남다르군요.
폴 쥬른은 case back 나사만 customized인데, 이건 죄다 customized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