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비엘 오메가 뮤지엄(Musée Omega) 방문기
저는 지난 5월 말 스위스 비엘에 위치한 오메가 뮤지엄(Musée Omega)을 다녀왔습니다.
인근 그렌첸의 스와치 그룹 산하 매뉴팩처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남는 시간 동안 오메가 뮤지엄을 방문한 것인데요.
예전부터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마침내 둘러 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무척 기억에 남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참고로 오메가 뮤지엄은 오메가 본사 건물 바로 맞은편 길가에 위치해 있으며 시내에서도 가까운 편이기 때문에 초행자도 찾기가 쉽습니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월요일, 일요일, 법정 공휴일은 휴관) 무료 개방하기 때문에 관람객들의 발길도 비교적 끊이지 않는 편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마침 관람객 수가 적어서 오디오 가이드북까지 챙겨 가며 보다 여유롭게 둘러 보고 사진도 많이 찍을 수 있었습니다.
오메가 뮤지엄은 상상했던 것보다 건물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건물 외관만 봤을 때는 아담한 시골 박물관에 온 듯한 인상을 받았지요.
하지만 2층 높이의 단출한 건물에는 무려 4,000여점의 시계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그 외 각종 무브먼트와 공구들, 서류, 사진 자료, 설치물 등까지 헤아리면 그야말로 속이 꽉찬 시계 박물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오메가 뮤지엄은 故 니콜라스 G. 하이예크(Nicolas G. Hayek) 회장이 취임 후 ASUAG와 SSIH를 합병한 이듬해인 1984년 1월 오픈했습니다.
이후 2009년 말에 리노베이션 공사를 시작해 2010년 5월에야 재오픈을 할 수 있게 됐으며, 현재의 모습으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이제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정문을 열자마자 바로 옆에 아폴로 11호의 달 탐사시 사용된 자동차(?) 같은 게 눈에 들어옵니다.
아무래도 오메가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역사의 한 장이 스피드마스터 시계가 달에 다녀온 것이기에 이러한 모형 설치물로 환기를 시키고 있습니다.
1층은 로비 개념의 공간이고 뮤지엄은 2층에 본격적으로 펼쳐져 있습니다.
계단에 오르는데 옆 벽면에 오메가의 옛 브랜드 로고가 현행 로고와 함께 순서대로 부착돼 있습니다.
계단을 하나씩 오를 때마다 과거에서 현재를 관통하는 모종의 상징성을 담고 있다 하겠습니다. 저의 자의적인 해석일지 모르지만요...
오메가 뮤지엄은 브랜드 설립일인 1848년 제작된 회중시계서부터 최근작까지 그야말로 오메가의 167년 역사를 한 자리서 아우를 수 있는 곳입니다.
단일 시계 브랜드 뮤지엄으로는 가장 오래 되었고, 전시 시계의 스펙트럼도 상당히 다채로운데요.
오메가 뮤지엄을 보고 나면 오메가라는 브랜드를 한층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식의 표현이 진부하지 않을 만큼 실제로 이곳에서는 오메가의 진면목을 볼 수 있습니다.
분량이 많아서 모든 사진 속 시계를 일일이 설명하지 못함을 미리 양해 바랍니다.
히스토릭 피스와 무브먼트들이 전시된 첫번째 전시 방 입구 옆에는 이렇듯 브랜드 설립자 루이 브란트(Louis Brandt)의 초상화와 작업대를 볼 수 있습니다.
책상 위에는 무브먼트 분해 조립시 사용될 각종 공구들과 실제 루이 브란트가 제작한 회중시계 무브먼트가 함께 진열돼 있었습니다.
참고로 루이 브란트가 처음 시계 공방을 연 곳은 지금의 비엘이 아닌 라쇼드퐁이었는데요.
당시 가족 건물 일부를 개조해 작업실을 마련했습니다. 그의 나이 불과 23살 때의 일입니다.
전시실 안에 들어서면 20세기 초반의 몇몇 광고 이미지 컷과 함께 방안을 빙둘러 놓여진 쇼케이스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루이 브란트가 만든 가장 초창기 회중시계 무브먼트들과 주요 부품들 분해도입니다.
루이 브란트가 라쇼드퐁에서 시계 사업을 시작했을 때 그는 주로 무브먼트 제작을 도맡고
다이얼 및 케이스 같은 기타 부품들은 지역의 다른 회사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요.
그래서 초창기 회중시계 중에는 다이얼이나 케이스에 협업사의 이름이 새겨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1879년 루이 브란트가 타계한 후, 그의 두 아들 루이-폴 브란트와 세자르 브란트 형제가 시계 가업에 합류하게 됩니다.
그리고 1880년 마침내 라쇼드퐁에서 비엘로 이사를 가게 되지요. 비엘에 정착 후 가장 먼저 한 것은 대규모 매뉴팩처 시설을 건립한 것입니다.
이후 1885년에는 '라브라도르(Labrador)'로 불린 첫 대량생산형 칼리버를 발표하기에 이르지요.
하지만 이때까지도 회사명은 아직 루이 브란트 & 프레르(Louis Brandt & Frére) 였습니다.
이후 1894년 시계제작자 프랑소아 쉐빌레(François Chevillat)가 설계한 19 리뉴 사이즈의 칼리버에 처음으로 그리스식 표기인 오메가 로고(Ω)가 새겨집니다.
이 튼튼하고 정확한 칼리버의 명성은 실로 대단해서 이 즈음부터 브랜드명을 아예 오메가로 바꾸어버렸지요. 다이얼에도 오메가 로고가 본격적으로 등장합니다.
1900년에는 '그리스 신전'을 뜻하는 르 템플 그레크(Le Temple Grec) 시계를 발표,
그해 파리 만국 박람회서 최고상인 그랑프리를 수상하면서 오메가라는 이름을 더욱 널리 알리는데 기여합니다.
1901년에는 처음으로 자동차에 부착할 수 있는 대시보드 클락의 원조격을 선보였고요.
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기존 회중시계 케이스에 루프를 납땜한 형태의 손목시계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같은 형태는 1892년 및 1899년 제작된 오메가 시계에서도 볼 수 있는데요.
회중시계서 손목시계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오메가는 타 브랜드에 비해 빨리 경험한 셈입니다.
또는 이처럼 기존 회중시계를 특수 제작한 가죽 스트랩으로 감싸 손목시계 형태로 변주한 예도 있습니다.
1912년 에르메스 최초의 손목시계인 포르트 오이뇽(Porte oignon)과도 외형은 물론 제작된 시기도 거의 비슷합니다.
다만 에르메스의 그것이 활발한 딸에게 채워주기 위한 것이었다면, 오메가의 그것은 주로 1차 세계대전 당시 장교들에 의해 많이 소비됐습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에 걸쳐 이런 마린 크로노미터(해상용 정밀시계)도 꾸준히 제작했고요.
1920년대 중후반에는 아르 데코 스타일의 시계들도 광범위하게 제작되었습니다.
남성용 사각 시계서부터 여성용 장신구에 가까운 시계에 이르기까지 아르 데코 스타일이 다양하게 변주되었군요.
1930~40년대에 제작된 이런 팔찌 느낌의 여성용 골드 브레이슬릿 시계들도 참 아름답지요?!
1940년대에는 당시 젬세팅 기술이 발달한 프랑스에 별도의 공방을 마련해
무브먼트와 다이얼을 제외한 케이스 및 브레이슬릿을 '메이드 인 프랑스'로 제작하던 시절도 있습니다.
1936년 7월 말에는 큐 천문대서 실시한 정확도 테스트서 100점 만점 중 97.8점을 획득해 당시 출품 시계들 중 최고점으로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기도 했습니다.
화려한 장식이 돋보이는 이런 메티에다르(예술시계) 풍의 골드 회중시계들도 볼 수 있었고요.
단지 매스 프로덕션만 치중한 게 아니라 오메가는 일련의 여성용 주얼리 시계와 커스텀 제작한 고급 회중시계를 통해 장인정신도 뽐낼 줄 알았습니다.
1955년 런칭한 오메가 최초의 여성용 자동 시계인 레이디매틱(Ladymatic) 오리지널도 볼 수 있었습니다.
매우 아담한 사이즈의 무브먼트가 현 기준에도 이색적으로 와닿습니다.
방 가운데 설치된 쇼케이스에서는 지금까지 제작된 오메가의 인하우스 무브먼트들을 한 자리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생전 볼 기회가 없는 칼리버들이 많아서 눈이 즐거웠네요.
이제 다음 전시실로 이동하겠습니다.
입구 벽면에는 스와치 그룹의 영원한 거목인 故 니콜라스 G. 하이예크 회장의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고인이 됐지만 그의 유지는 영원히 이곳에 남아 기억될 것입니다.
이 넓은 규모의 전시실은 각 섹션별로 나눠져 있습니다.
스포츠 타임키퍼로서의 오메가의 활약을 엿볼 수 있는 섹션과 영화 스타들과 브랜드의 인연을 확인할 수 있는 섹션,
초창기 파일럿 워치 섹션, 씨마스터와 스피드마스터 섹션 대략 이렇습니다.
입구에서 왼편으로 늘어선 라인에는 오메가와 스포츠, 특히 올림픽 타임키퍼(1932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필두로 지금까지 총 26회)로서의
독보적인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일련의 타임키핑 장비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타종부터 공기 소총, 최초의 스톱워치, 현대적인 첨단 장비까지 다양합니다.
다음은 우리 회원님들께서 가장 좋아하실 다이버 및 씨마스터 섹션입니다.
방수 케이스를 지닌 최초의 회중시계와 1932년 발표한 최초의 다이버 시계인 마린(Marine) 시계입니다.
1948년 런칭한 첫 씨마스터(Seamaster) 시계이고요. 방수를 상징하는 해마 로고도 등장합니다.
초창기 씨마스터는 이렇듯 기존 드레스워치의 전형성을 아직 탈피하지 못했습니다.
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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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ti99
2015.06.30 13:49
와~멋진 여행을 한 기분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Dipory
2015.06.30 17:03
옛날부터 현재까지의 오메가 시계들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실재로 방문하게 된다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관람할 것 같네요^^ 많은 사진 덕분에 보는 내내 생생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메가 뮤지엄 방문기 잘 보았습니다~ -
상희아빠
2015.06.30 18:09
실제 박물관에 다녀온 느낌입니다. 기회되면 실제로 한번 가봐야 겠네요. 잘 봤습니다. -
누누누
2015.06.30 23:18
NHK 시간의 명장에서 필립 뒤포르가 시계 제작시 정확한 시간을 재던 스톱워치가 오메가의 그것이었죠^^ 뒤포르도 인정하는 오메가의 신뢰성이랄까요? ㅎㅎ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천지인
2015.07.01 01:12
역사와 전통과 자부심이 보이는군요. 잘 봤습니다. -
erina10
2015.07.01 11:48
좋은 자료들과 글 잘 봤습니다. -
레드스파이더
2015.07.01 13:22
오메가의 대 향연이네요 ㅎㅎㅎ -
키작은남자
2015.07.02 00:01
추천하고갑니다 잘봤습니다^^ -
그게최선입니까
2015.07.02 13:43
잘 보았습니다. 덕분에 좋은 구경했습니다^^ -
malgusto
2015.07.03 01:43
잘보았습니다 ^^ -
motonobu
2015.07.03 12:57
한번 가보고 싶어지네요 -
BR
2015.07.03 15:04
와~Eno님 부럽습니다^^b 저도 가고 싶네요!!! 천천히 글을 읽고나니 오메가유저로서 (문워치와 PO요 ㅋㅋ) 뭔가 뿌듯함이 밀려옵니다!! 앞으로 더 두녀석들을 아껴줘야 겠습니다^^* 정성스런 설명과 사진들로 실감나는(?)방문기 잘 봤습니다 앞으로도 오메가 소식 많이 전해주십시요^^/ 그나저나 실버스누피 한정판이 너무 탐나는군요 ㅠㅠ -
LifeGoesOn
2015.07.03 16:58
파텍에 이어 이것도 무척 부럽습니다. ^^ -
nick1234
2015.07.03 18:33
아 이건 엄청난 포스팅이네요~~ 정성스런 포스팅과 여행기에 ㅊㅊ하나만 드리는게 아쉽습니다~~~ 오메가의 역사도 참 엄청난것 같습니다 직접 보고 싶기도 하네요! -
타임시계
2015.07.04 09:06
히스토리가 굉장하네요~! -
빼~꼼
2015.07.06 16:40
볼거리가 아주 많은 사진감상이었고 오메가 브랜드의 역사를 한번에 보는것 같은 좋은 리뷰였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
Seo
2015.07.06 20:41
저도 꼭 가보고 싶은 곳 중 한 곳입니다.. 역시 역사가 길어 볼 것이 많아 보입니다.. -
legalmind
2015.07.11 02:37
오메가의 아카이브는 역시.. 진귀한 경험을 하셨네요. 부럽습니다! -
쒸미
2015.07.15 14:21
오메가를 새롭게 알게해준좋으시간이었읍니다. 자부심가질만하군여!^^ -
모베러블루스
2015.08.16 08:34
이런 곳도 있군요 -
모베러블루스
2015.08.16 08:34
다음 유럽여행때 꼭 방문해보고 싶네요ㅜ -
중고세상모나코
2015.08.21 17:44
잘보고 갑니다^^ -
라리라루
2015.09.08 16:45
오메가의 역사성을 충분히 알아볼수가 있겠네요? 나도 가보고 싶다. -
최최최
2015.10.29 22:42
가보고 싶네요 -
루이비똥
2015.11.18 18:22
개인적으로 오메가 시계를 좋아했는데 오메가의 역사적인 내용과 사진으로 보니 오메가의 가치를 느낄수 있어서 좋아요^^ -
나라1
2015.12.19 22:24
시계에 나라네요 스위스제네바 박물관 ...가보구싶네요.. -
emfps0225
2016.02.11 20:57
좋은 글 잘 봤습니다~ -
DrJy
2017.12.13 10:27
과거 제품들 중 상당히 매력적인 제품이 많이 있네요 -
sjseo
2019.06.04 16:50
오메가, 시간여행을 한 느낌이네요 ㅎㅎ -
퀴즈
2020.02.05 00:22
너무 멋진 곳이네요~ 꼭 한번쯤 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