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F HM6 스페이스 파이러트(Space Pirate)
매번 상식을 깨트리는 시도로 시계업계의 앙팡테리블로 통하는 MB&F가 이번에도 독창적인 디자인과 컨셉의 시계를 발표했습니다.
2005년 브랜드 설립 이래 MB&F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컬렉션인 오를로지컬 머신(Horological Machine, 이하 줄여서 HM) 시리즈를 통해 선보였으며,
벌써 이번이 6번째 시계입니다. 그래서 넘버도 HM6이고요. 앞서 발표한 모델들이 HM3 프로그, HM4 썬더볼트 등 해당 시계의 개성을 드러내는 재미난
별칭이 붙었던 것처럼, 이번 HM6에는 우주 해적을 뜻하는 '스페이스 파이러트(Space Pirate)'라는 이름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럼 왜 이러한 이름이 붙었고 이러한 특이한 디자인의 시계가 탄생하게 된 것일까요?
앞서 MB&F 관련 여러 글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이 브랜드는 설립자인 막시밀리앙 뷰세(Maximilian Busser)의
어린 시절 공상과학적 상상력을 그대로 시계제조에 실현시키고자 하는 것을 주요한 지향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브랜드명부터 '막스 뷰세와 친구들'이라는 뜻을 담은 이니셜을 조합해 MB&F라고 지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뷰세는 자신의 공상과학적 상상력을 여러 재능있는 친구들(유명 워치메이커들 및 엔지니어들)과 함께 공유하고
그들 모두가 재미를 느끼는 프로젝트를 통해 비지니스를 하는 일종의 크리에이티브 집단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하겠습니다.
HM6 스페이스 파이러트는 막스 뷰세가 어린 시절에 열광한 1970년 말의 일본 애니메이션 TV시리즈 '캡틴 퓨처(キャプテン フューチャー, Captain Future)' 속에 등장하는
우주선인 코메트(Comet)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 되었다고 합니다. 길다란 튜브 모양의 선체 끝에 구형이 추가된 독특한 디자인이 뷰세 안에 잠든 상상력을 자극한 것이지요.
HM6 스페이스 파이러트의 프로파일, 즉 케이스 측면부를 보면 양쪽으로 볼록한 돔형이 추가된 특유의 형태가 '캡틴 퓨처' 속 코메트 우주선과도 유사점이 없질 않습니다.
여기에 MB&F가 종종 추구해온 생체형태주의 아트(Biomorphism Art)에서 영향을 받은 대범한 표현성이 가미돼 시계의 외형을 한껏 아방가르드하게 느껴지게 합니다.
이 전위적인 형태의 케이스는 산도즈 재단 산하의 하이엔드 케이스 매뉴팩처인 레자티장 보와티에(Les Artisans Boitiers, LAB)에서 제조되었습니다.
LAB은 우리에겐 파르미지아니의 부가티나 톤다의 케이스를 제조하는 곳으로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요. MB&F와 LAB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레장티장 보와티에(LAB) 관련 보다 자세한 사항은 manual7님의 상세한 파르미지아니 매뉴팩처 탐방기(https://www.timeforum.co.kr/11289570)를 참조하시길...
5등급 티타늄 소재로 제작된 케이스는 가로 길이가 49.5mm이고 폭은 52.3mm이며, 두께는 다이얼 중앙 불룩 솟은 돔형 사파이어 글라스까지 포함해 20.4mm입니다.
그럼 시간은 어떻게 읽냐구요? 위 첨부 사진을 보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하단 양쪽의 개구리눈 같은 반구형 인디케이터가 각각 시와 분을 가리킵니다.
위 사진 속 시간을 읽으면, 8시 35분이 되는 것이지요. 시와 분을 표시하는 회전 디스크는 의도적으로 경량의 알루미늄 소재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상단(12시 방향)의 두 반구형 돔안에는 마치 비행기의 터빈처럼 무브먼트의 로터가 감길 때마다 반응하며 빙글빙글 돌게 제작돼 있습니다.
사진 설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이쯤에서 관련 작동 영상도 함께 감상하시겠습니다.
위의 영상을 꼭 한번 보셔야 시계의 메커니즘이 바로 이해가 되실 겁니다.
그럼 시계 정면 중앙의 돔은 무엇을 표시할까요? 네, 바로 플라잉 투르비용입니다.
1분에 1회전 하는 보통의 원미닛 투르비용인데 시계 외형이나 설계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괜히 더 특별해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ㅋ
무브먼트와 주요 구동부만 사진으로 보시면 이렇습니다.
그런데 투르비용 케이지를 감싸고 있는 또다른 덮개 모양 같은 게 또 보입니다.
위 영상을 보셨다면 바로 이해하실테지만, 이는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방패(Retractable shield) 역할의 부품으로
시계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왼쪽에 위치한 크라운을 돌려 조정하면 이 덮개가 올라오면서 투르비용 케이지를 블라인드처럼 가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같은 개폐식 덮개를 과연 왜 추가한 것일까요? 그 이유는 제법 영리하게도 UV 즉, 자외선으로부터 이스케이프먼트 파츠 같은
주요 부품들이 열화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마련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는 어찌보면 쓸 데 없이 공을 들인 부품처럼 보일 수 있지만,
바로 이러한 디테일이 여타의 컴플리케이션 시계들과 차별화되는 MB&F 다움을 보여주는 시도라고 하겠습니다.
파텍 필립이 투르비용 케이지를 다이얼 사이드로 노출시키려 하지 않는 이유가 미적인 요인도 물론 있지만(시계 본연의 클래식한 레이아웃을 헤치지 않기 위해서),
보다 근원적으로는, 자외선에 의한 부품의 열화 및 오일의 산화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도 알려져 있듯이 MB&F도 이를 독창적으로 변주해 반영한 점이 돋보입니다.
총 475개 부품이 사용된 이 복잡한 메커니즘의 셀프와인딩 무브먼트는 오직 MB&F만을 위해
다비드 칸도 오흘로제리 크레아티브(David Candaux Horlogerie Créative, DDHC)가 공동 개발 제작했습니다.
다비드 칸도는 최근엔 바돌레(Badollet)라는 브랜드의 이브레세(Ivresse)라는 시계의 무브먼트 설계자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회사 설립 이전에는 예거 르쿨트르에 근무하며 히브리스 메카니카의 몇 가지 모델에 참여한 인물로도 업계에선 명성이 있습니다.
무브먼트는 시간당 18,000회 진동(2.5Hz)하며, 72시간의 파워리저브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흥미로운 점은, 로터 디자인인데요. 이전의 메가와인드나 프로그에서 볼 수 있던 날카로운 도끼날 모양의 플래티넘 로터가 이번에도 적용되었습니다.
작은 부분이지만 MB&F가 그간 작업해온 일관성을 이어가기 위함으로 보여집니다. 이전의 HM 시리즈에 도움을 많이 받은 장-마르크 비더레히트(아장호)나
새로 손잡은 다비드 칸도나 결과적으로는 막스 뷰세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무브먼트 설계 전반에 관여하고 있음을 또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참고로 HM6 스페이스 파이러트는 총 50개만 한정 제작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 보다 자세한 사항은 공식 홈페이지 참조: http://www.mbandf.com/machines/horological-machines/hm6/
언젠가 국내 시계 커뮤니티에서도 MB&F나 여타 독립 시계제작자들의 시계 득템기가 올라올 날이 있을까요? ^^;;
사실 어떤 종류의 시계는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그저 보는 것만으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즐거움을 선사하지요.
MB&F는 바로 그런 브랜드 중 하나임엔 틀림없습니다... 앞으로 또 어떠한 재미난 결실들이 소개될지 기대해 봅니다.
타임포럼 뉴스 게시판 바로 가기
인스타그램 바로 가기
유튜브 바로 가기
페이스북 바로 가기
네이버 카페 바로 가기
Copyright ⓒ 2024 by TIMEFORUM All Rights Reserved.
게시물 저작권은 타임포럼에 있습니다. 허가 없이 사진과 원고를 복제 또는 도용할 경우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댓글 37
-
TIM
2014.11.05 02:31
이노님! 이글엔 추천을 안드릴수가 없죠! 자세한 글 감사합니다 =) -
패랭이
2014.11.05 03:03
시계가 점점 어려워 지네요 .감사합니다.^^
-
오클리
2014.11.05 08:26
이시계에 이보다 더 잘맞는 시계이름은 없을것
같습니다ㅎㅎ -
watersky
2014.11.05 08:30
늘 느끼는거지만 시계는 작은 우주입니다...
-
제와피
2014.11.05 09:17
정말 대단하네요
-
사파로이
2014.11.05 09:30
우주선 같기도 하고 자동차(컨셉카) 같기도 하고... 장난감 같기도 하고... 참 어렵네요...
-
kraretto
2014.11.05 09:38
역시나 MB&F의 시계는 독특하네요....신기함의 연속입니다!!
-
PMTBK
2014.11.05 09:55
항상 느끼지만 아름답네요.
-
Benji
2014.11.05 10:03
MB&F라는 브랜드 생소하지만 특이하네요..
-
남투더
2014.11.05 10:42
너무 좋습니다!! 레거시 머신도 좋았지만 이런 모델이 나와줘야 MB 팬들이 열광할 듯요. 잘봤습니다~
-
삽질만
2014.11.05 11:21
나올때마다 엄청난 임팩트를 동반하는 MB&F의 HM이 드디어 6까지...
모양이 살짝 그로테스크 한듯 하지만, 외계의 해적이라고 생각하니 당연한 모습일지도 모르겠군요...
간만에 Tourbillon도 장착했고, 그걸 가려주는 돔형식의 덮개까지 있으니...
보는 이들은 즐겁네요...ㅎㅎ
-
천지인
2014.11.05 11:40
4차원 우주를 보는 느낌이네요.
-
Nicolass
2014.11.05 14:59
우주선이네요... 잼있는 디자인이에요^^
-
exprince
2014.11.05 15:36
전 왠지 개구리 왕눈이 같다는 느낌이...ㅋ
-
검은모기
2014.11.05 17:11
MB&F 의 시계는 항상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네요. 창의력 대마왕이 따로 없네요
-
메디치
2014.11.05 17:54
상상을 그대로 현실로 옮길 수 있는 그들의 능력과 노력에 찬사를 보냅니다.
-
가미가
2014.11.05 19:56
첨엔 정말 독창성만 있구나라고 생각 했습니다.
하지만 동영상을 보고 감탄이 절로 나오는군요.
언젠가는 포럼에서 득템기가 올라오는 날이 있겠죠. -
키작은남자
2014.11.06 00:39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ㅎ -
abarth
2014.11.06 01:48
이렇게 화면으로만 볼 수 있겠죠 실물로 자세히 보면 기분이 어떨까요 사진으로만봐도 환상적인데...
-
yukidou
2014.11.06 11:28
아름답네요
실제로 손목에 올려볼 기회가 한번이라도 있었으면..
-
dipsomaniac
2014.11.06 18:00
캡틴퓨처를 시계에... 감탄스럽습니다. 참 멋진시계 잘보았습니다
-
No1MD
2014.11.06 20:30
HM 간만의 투르비용이네요. 티져만보고 궁금했었는데 역시 대단하네요. 구경 잘했습니다. -
볼매니아
2014.11.07 00:07
기계 공학 멋지네요
-
므흣돌이
2014.11.07 11:19
원더키드의 비행선이 연상되네요.
손목에 올릴 자신은 없어도 엄청난 구매 충동이;;
-
닥섭이
2014.11.07 12:02
멋지네요 설계한사람 대단한듯
-
무방부제
2014.11.08 01:10
잘 보고 갑니다.
-
사이공 조
2014.11.08 16:05
미래의 시계의 모습일것 같습니다..지금은 조금 난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낙락
2014.11.08 22:04
역시 MB&F 입니다..
쓸데없지만 저 캡틴퓨처라는 만화의 코메트를 그린 작가도 이 시계의 존재를 알지 궁금하네요^^
잘읽었습니다!
-
nnove
2014.11.09 09:25
다 좋은데 너무 큰....아 귀족손목이여
-
슈효쳔샤
2014.11.10 21:12
고놈 참 실하게 생겼네요
-
marcelo_kr
2014.11.11 09:49
대단 그자체네요
그저 신기한 우주 비행선 한채가 선목위에 그대로네요
MB&F 매장에 가도 쉽사리 시계들을 구경할수 없다는게 아쉬운 점인듯 싶습니다
멋진 리뷰에 감사로 추천드립니다
잘 보았습니다
-
돌콩마님
2014.11.13 18:35
정말 대단합니다.
어찌 이런 제품을 설계하는지...할말이 없네요.
-
삼성특공
2014.11.19 17:10
신기하고 멋있네욤 ㅋㅋㅋ
-
강블리
2014.12.09 00:37
시계의 과학이라고 말해야겠네요 ^^
-
랜덤모션
2015.08.25 09:03
어떻게 이런 디자인을 제안하고 고안할수있는지.. ㅎㅎ 정말 대단합니다
-
김개
2017.09.28 22:28
그냥..너무 멋지네요
-
gu1999
2020.02.07 23:03
MB&F 모델들은 대다수 예술품이네요
- 전체
- News
- A.Lange & Sohne
- Audemars Piguet
- Baume & Mercier
- Bell & Ross
- Blancpain
- Boucheron
- Bovet
- Breguet
- Breitling
- Bvlgari
- Cartier
- Casio
- Chanel
- Chaumet
- Chopard
- Chronoswiss
- Citizen
- Corum
- Doxa
- F.P Journe
- Franck Muller
- Frederique Constant
- Graff
- Girard-Perregaux
- Glashütte Original
- Grand Seiko
- Greubel Forsey
- H. Moser & Cie
- Hamilton
- Harry Winston
- Hermes
- Hyt
- Hublot
- IWC
- Jaeger-LeCoultre
- Jaquet Droz
- Junghans
- Longines
- Louis Vuitton
- Maurice Lacroix
- MB&F
- Mido
- Montblanc
- Nomos Glashutte
- Omega
- Oris
- Panerai
- Parmigiani
- Patek Philippe
- Piaget
- Rado
- Ralph Lauren
- Richard Mille
- RJ
- Roger Dubuis
- Rolex
- Seiko
- Sinn
- Stowa
- Suunto
- Swatch
- TAG Heuer
- Tissot
- Tudor
- Ulysse Nardin
- Urwerk
- Vacheron Constantin
- Van Cleef & Arpels
- Victorinox
- Zenith
- Et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