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참 즐겁다고 느낍니다.
이전까지는 주로 한번에 긴 시간을 혼자 보내야만 즐길 수 있는 취미들 - 게임, 영화, 책, 등 - 을 가지고 있었는데
일과 관련되어 있다보니 순수하게 즐기지 못하고 자꾸만 분석하려 하고 레퍼런스를 쌓는다는 느낌으로 하다 보니
재미를 점점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아기가 생기고 나니 혼자 오랜 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고 와이프와 아이에게 미안한 일이 되었고요.
그러다 보니, 딱 시간을 내어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또 일과 직접 관련이 없는 시계에 빠르게 빠져들었습니다.
한 시계에 꽤 오래 정 들이며 오래 하나만 차기도 하고, 싫증난 것은 아니지만 다른 것도 경험해 보고 싶어서 너무 빠르게
이 시계 저 시계를 전전하기도 했죠.
지금은.... 제 기준에서는 식구가 너무 많네요 ^^
시계가 3개가 넘어가면, 시계 하나를 차는 빈도가 너무 떨어져서 그런지
정이 잘 안 가게 되더라고요. 지금도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중입니다.
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요 ^^
요즘은 시계를 바꾸는 것 보다는 줄을 바꾸는데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자주 언급되는 모든 재질의 줄을 서로 색이 겹치지 않게 구비해서 어울리던 안 어울리던 다 돌아가며 입혀보고 있죠.
안 어울릴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입혀보면 어울리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어서 재미있죠. ㅎㅎ
최근에 신형(이젠 구형인가요?) 브로드 애로우 블루핸즈를 들였습니다.
제가 꼭 한번씩은 손목에 올려보리라 마음먹었던 오메가의 모델들은 이제 다 제 손목을 거쳐갔네요.
CS에 관한 말이 이전부터 최근까지 꽤 많아서 안타깝지만
시계만 놓고 보면 꽤나 정이 많이 가는 브랜드입니다.
시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무렵, 처음 눈에 들어왔던 것은 PO의 디자인이었습니다.
전 그 화살표 핸즈가 너무 끌리더군요.
하지만 그 당시에는 오메가를 구입할 만큼 시계에 대한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닌지라
오션이라는 브랜드의 요상한 카피(라고 불러야 겠죠?) 모델을 하나 구입했지요. 이녀석입니다.
그 당시엔 이걸로도 꽤 만족했었어요 ㅎㅎ. 이 때 부터 뭔가 돌려차는 재미와, 다양한 시계를 가지고 싶다는 욕구가 마구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네요.
디자인만 보고 맘에 드는걸로 다양한 저가의 시계들을 사들였었죠.
그러다가 결혼하면서 예물로 아쿠아테라 쿼츠 그레이를 받게 됩니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잘 차지 않지만, 정장을 입을 일이 있으면 거의 항상 이 녀석을 찾습니다.
예물이다 보니 정도 가장 많이 갑니다. 20년 뒤에, 군데 군데 상처와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제 삶의 기록의 일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그래서 애지중지 아끼지 않고 편하게 차고 다닙니다. 이미 작은 상처들이 있지요.
그리고 이 다음에 눈길이 머문 것이, 물결 무늬 다이얼이 매력인 구형 씨마스터 다이버300 입니다.
그 당시 구청신검이란 이야기를 너무나 많이 들어서(보아서) 당연하다는 듯이, 한 점의 의심도 없이 구형 청판 쿼츠를 들였습니다.
아쿠아테라와 씨마 두 시계로 거의 1년을 보낸 것 같네요.
하지만 욕심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 계속 새로운 시계가 눈에 들어오다보니.
이 녀석은 제 생일날 좋은 분께 입양 보냈죠.
다음으로 제 손목에 올라온 오메가는 구형 PO 입니다.
이 녀석을 데리고 올 때 지하철에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앞에 말씀드렸다시피, 처음 오메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PO 였으니까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 주변의 시계에 관심이 많지 않은 모든 사람들은 다이버를 못생긴 시계로 보더라구요 ㅜㅜ
와이프부터... 흑.. 슬펐습니다.
다음에 제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싶은 문워치입니다.
달에간 시계란 타이틀과 케이스백 너머로 보이는 아름다운 무브먼트!
3573의 멋진 뒷태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시계에 관심이 없더라도 100이면 100 남자라면 모두 관심을 보이더군요. 역시 기계장치의 움직임은 대부분의 남성의 흥미를 끄나봅니다 :)
그리고 이제 신형 씨마스터 다이버로 넘어오게 됩니다.
아... 정말 자연광을 받았을 때의 다이얼과 핸즈의 느낌은 너무 멋집니다.
신씨마 차고 출근한 날에는, 나른해지는 오후가 되면 커피 한잔 들고 바람부는 곳에 나와서
하늘보고 시계보고 이러고 있답니다 하하.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형 브로드 애로우를 드디어 접하게 되네요.
아... 정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모습입니다 ㅎㅎㅎ
저 블루핸즈의 색감이 너무나 마음에 듭니다.
줄질도 다양하게 잘 받구요.
엉뚱하게 리벳 달린 스트랩을 입혀봤습니다.
제 눈에는 꽤 그럴듯 한데. 어떠신가요? 뭐, 꼭 파일럿에만 리벳 스트랩이 어울리란 법은 없잖아요? ㅎㅎ
여기까지 오는데 3년 정도 걸린 것 같네요.
물론 그 중간 중간 오메가 아닌 다른 브랜드의 시계도 이것저것 있었지만
이건 꼭 경험해 봐야겠어! 란 시계가 있는 브랜드는 오메가 뿐이었습니다.
브로드 애로우까지 소유하고 나니, 뭔가 완결낸 것 같은 느낌이 있네요.
물론 아직도 세세하게는, 구형 브애와 운모감성 3570,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 구형 아쿠아테라 블루핸즈까지 더 욕심을 내 보고 싶습니다.
아직도 갈 길이 머네요. 그리고 욕심도 나구요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연휴에 푹 쉬시고 재충전 하시길 바랍니다!
그 와중에도 손목 자주 힐끔거려 주시고요 ^^
댓글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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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ugguri
2014.09.06 22:00
정말 오메가 매니아 시군요!! 하나하나 시계가 모두 매력이 넘칩니다 -
밤의정령
2014.09.07 11:27
감사합니다. 모델마다 개성이 느껴져서 좋아요. 어느 하나 버리지 못하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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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반
2014.09.06 22:09
시계들이 모두 이쁘네요. 부럽습니다.
확실히 시계가 3개이상 넘어가면 착용빈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래서 고민끝에 정리를 하게 됐는데 지금이 만족감이 더 높네요. -
밤의정령
2014.09.07 11:28
감사합니다.
네. 저도 정말 공감합니다. 딱 3개가 적절한 것 같아요. 휴. 하지만 어떤 녀석을 내보내야 할지
쉽게 결정하기 어렵군요 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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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
2014.09.06 22:10
검판씨마에 한표요!! ㅋㅋ
제포스팅에 올려 주셨던 씨마가 아직도 선명히 기억되네요^^*
와~~ 그냥 오메가의 라인업이시네요^^b
오메가를 좋아하는 한사람으로서 부럽네요 ~~
저도CS의 스캔들만 빼면 오메가...너무나 매력적인시계입니다 !!
오메가의 절대사랑에 대한 밤의정령님께 오멕동의 한사람으로서 감사의 추천(절대! 오메가 관계자 아닙니다!!)
부럽습니다 ㅠㅠ 저도 오메가로 라인업샷을 올려보고 싶네요^^* 추석연휴 잘보내십시요~~ -
밤의정령
2014.09.07 11:34
감사합니다. :)
저도 검판 씨마에 한표입니다! ㅎㅎ
앞으로도 종종 마음에 드는 사진 찍게 되면 글을 올려보려구요.
요즘 혼자보기 아깝단 생각이 자주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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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k1234
2014.09.06 23:08
오오~~~ 멋진 시계 스토리입니다 ^^
일단 추천 드리고 ㅋ
오멕의 여러 아이들을 경험하셔서 안목이 높으실듯 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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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정령
2014.09.07 11:37
추천 감사합니다!
저도 얼른 안목이 높아지면 좋겠네요 :)
하지만 조금씩이라도 경험치가 쌓이는 느낌은 듭니다.
다른 것 보다, 이전에는 별로였던 시계들이 점점 이뻐보이는 변화가 생기고 있죠.
뭐랄까. 고정된 기준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과 매력을 찾아 느낄 수 있는 눈이 생긴다 해야할까요? ㅎㅎ
그래서 더 즐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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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
2014.09.06 23:26
가장 아끼는 시계는 무엇인지요??^^ -
밤의정령
2014.09.07 11:39
^^고르기 너무나 어렵지만, 아무래도
아쿠아테라가 아닐까요.
예물이란 특수성에, 이 녀석은 나랑 끝까지 간다.란 느낌에 더 정이 가는 것 같네요.
그리고 와이프가 가장 예쁘다고 칭찬하는 시계거든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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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dio Kim
2014.09.06 23:32
ㅎㅎ 브애까지 오신다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현실적으로 오메가에서 현존하는 끝판대장(?)격인 브애를 경험하고 계시는군요~ ㅎ
저도 브애의 매력에 푹 빠져있답니다~ ^^
지원샷 한장 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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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정령
2014.09.07 11:43
지원샷 감사합니다!
Claudio Kim님의 사진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구형 브애에 목매던 제게 신형도 충분히 예쁘다는 생각을 들게 해 주셨으니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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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 조
2014.09.07 00:10
좋은글 잘 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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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정령
2014.09.07 11:43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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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blotMan
2014.09.07 00:27
대단하시네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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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정령
2014.09.07 11:43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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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행님
2014.09.07 08:59
단연 브애 가 얼짱 이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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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정령
2014.09.07 11:46
브애 얼짱이란 말을 듣기만 했을 때 보다, 실제로 경험해 보니 참 새롭게 다가오더라구요.
원래 모습도 멋지지만, 이런저런 스트랩으로 갈아입혀도 멋지니까요.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란건 시계에도 적용되는 걸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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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쉬
2014.09.07 12:39
오 추천드립니다^^ 저도 오메가시계를 나름 좋아한다고 자부하는데 저보다 많은 경험을 하셨네요~ 정말 잘봤습니다! -
밤의정령
2014.09.08 22:24
추천 감사합니다!
오메가 모델 하나 경험할 때 마다, 경험해 보고픈 모델이 하나씩 추가되는 느낌이에요.
ㅎㅎ 이러다간 끝나지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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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불성
2014.09.07 16:53
지금까지 시계 생활하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시마300m 한정판을 생각없이 장터에 내다 팔았던 거였습니다.
평생 가져 갔어야 할 시계를
어이 없이 내보내고 얼마나 후회가 되던지 지금도 혹시나 장터에 나오면 구입하려고 합니다.^^
스와치 그룹의 오메가가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군데군데 드러나는 저력은 여전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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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정령
2014.09.17 21:05
보내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죠.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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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량
2014.09.08 21:04
모처럼 좋은 포스팅에 기분좋게 추천 드립니다
"3개가 넘어가면..." 공감가네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계생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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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정령
2014.09.17 21:07
추천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선택은 어렵지만, 고민해서 직접 선택한 만큼 더 만족스러울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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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2014.09.17 09:01
포스팅 아주 재미있게 잘봤습니다ㅎㅎ -
밤의정령
2014.09.17 21:07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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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지의달인
2014.09.17 17:45
잘봤습니다~브애의 블루핸즈는 참으로 영롱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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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정령
2014.09.17 21:07
실제로 보니 정말 빠져들겠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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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으는댕엽
2014.09.17 20:44
글을 재미있게 잘쓰시네요 ㅎㅎ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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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정령
2014.09.17 21:08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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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매
2014.09.25 10:33
브애의 블루핸즈는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오네요^^ 너무 이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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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다판
2014.09.25 12:43
오메가에 대한 선입견을 떨치게 하는 좋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