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Montblanc)의 세 창립자 아우구스트 에버스타인(August Eberstein), 알프레드 네헤미아스(Alfred Nehemias), 클라우스 요하네스 포스(Claus Johannes Voss)가 의기 투합해 1906년 브랜드를 설립하고, 1910년 유럽의 가장 높은 산봉우리에서 영감을 얻어 브랜드명을 개명한 이래, 4810은 언제나 몽블랑에 있어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1929년부터 아이코닉 만년필 마이스터스튁(Meisterstuck) 라인에 4810을 함께 각인하기 시작했고, 손목시계 컬렉션으로는 창립 100주년인 2006년부터 스타(Star) 컬렉션의 한 라인업으로 자리잡아 베스트셀러로서 인기를 모았습니다.
2016년 몽블랑은 110년 전 놀라운 여정을 시작했던 세 명의 창립자들이 남긴 탁월함의 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다시 한 번 4810이란 숫자를 전면에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
존의 스타 라인업에서 분리되어 4810은 별도의 컬렉션으로 재편되었고, 보다 다양한 모델들이 새롭게 추가된 것입니다.
여러 신제품들 중에서 저는 젊은 남성층에게 가장 어필할 만한 몽블랑 4810 크로노그래프 오토매틱(Montblanc 4810 Chronograph Automatic, Ref. 114855) 스틸 모델을 집중적으로 살펴봤습니다.
몽블랑 4810 크로노그래프 오토매틱은 화이트 다이얼 & 가죽 스트랩 모델 외에 스틸 브레이슬릿 버전(Ref. 114856), 그리고 블랙 다이얼 & 가죽 스트랩 버전(Ref. 115123) 총 3가지 버전으로 출시됩니다.
전체 기요셰 패턴 처리한 다이얼 디자인과 상하 투 카운터 배열, 직선과 곡선이 어우러진 볼륨감 있는 케이스 형태, 모델 베리에이션을 보고 있노라면 이전 버전인 스타 4810 크로노그래프 오토매틱 라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새로운 모험 대신 기존의 것을 거의 그대로 답습한데는, 아무래도 전작이 그만큼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며, 굳이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해 기존의 베스트셀러와 단절할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4810 컬렉션은 기존의 클래식 스타 컬렉션에서 상당 부분을 계승하고 있으며, 이러한 다소 보수적인 라인업 확장과 정비를 통해 몽블랑은 오히려 컬렉션이 지향하는 바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 이제는 구형이 된 스타 4810 크로노그래프 오토매틱(사진 좌측 모델)과 신형 몽블랑 4810 크로노그래프 오토매틱(우측 모델)
그럼에도 자세히 두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전의 스타 4810 크로노그래프 오토매틱 버전과는 몇 가지 차이가 눈에 띕니다.
우선 케이스 직경이 44mm에서 신형 모델은 1mm 작아진 43mm입니다. 케이스 형태나 디테일은 거의 유사하지만 양쪽 러그 두께가 살짝 더 알팍해지고 길이도 좀 줄었습니다. 미묘하지만 케이스 직경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고 러그 길이가 좀 더 짧아짐으로써 이전 버전보다 착용감 면에서는 유리하게 되었습니다.
시계의 얼굴인 다이얼도 변화가 엿보이는데요. 전체 기요셰 패턴 가공한 다이얼 바탕에 레드 골드톤으로 도금한 바와 로만 아플리케 인덱스를 부착한 형태는 전작과 유사하지만, 로만 인덱스 크기가 조금 줄어 들고 두께도 슬림해져 신형 모델쪽이 보다 밸런스가 잘 잡힌 느낌입니다.
12시와 6시 방향의 크로노그래프 카운터도 이전 버전 대비 테두리 직경이 작아지고 눈금 프린트도 더 간결해졌으며, 6시 방향에 위치한 트리플 윈도우 디스크상의 날짜를 가리키는 트라이앵글 디테일도 이전의 레드 컬러 대신 수퍼 루미노바 도료를 채워 '스위스 메이드(Swiss Made)' 프린트 위쪽에 위치함으로써 과하지 않게 도드라지면서 야간의 가독성에도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9시 방향의 스몰 세컨드 다이얼에도 기존에 없던 세밀한 눈금을 외곽에 프린트했으며, 다이얼 외곽의 분과 초 단위 표시 눈금들도 이전 버전보다 한층 선명해 보입니다. 시분침 핸즈의 양 끝 길이 변화도 눈에 띄며, 크로노그래프 핸드와 30분, 12시간 카운터 핸드로는 열처리한 블루 스틸 핸즈를 사용해 크로노그래프 기능 작동 상황이 보다 뚜렷하게 인식됩니다.
몽블랑 4810 크로노그래프 오토매틱은 이렇듯 다이얼의 디테일에서부터 이전 스타 4810 버전에 비해 보다 클래식하면서 전체적으로 균형잡힌 느낌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디자인상에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이전 모델과의 갭이 그리 느껴지지 않으며 자연스러운 업그레이드 정도로 보인다는 점도 나름의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은빛 컬러가 도는 다이얼의 기요셰 패턴은 또한 굳이 비유하자면 몽블랑 산봉우리의 수많은 능선들을 연상케 하는데요. 밋밋한 래커 다이얼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유의 개성을 부여하며 다른 디자인 요소와도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기본 데이트나 데이-데이트 버전에 비해 크로노그래프 버전의 다이얼쪽이 좀 더 오밀조밀 보는 재미가 있으며, 각 카운터마다 다르게 적용된 패턴 또한 다이얼의 입체감을 두드러지게 합니다. 여기에 날렵한 소드 핸즈는 자칫 복잡하게만 보일 수 있는 다이얼 디자인에 샤프한 포인트가 되고 있으며, 중앙에는 수퍼 루미노바 도료를 덧발라 야간에도 가독성을 보장합니다.
다이얼을 보호하는 케이스 전면에는 내부 반사방지 코팅 처리한 돔형의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사용했습니다. 4개의 스크류로 고정된 스틸 케이스백에도 마찬가지로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삽입해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케이스는 대부분 유광 폴리시드 가공되었습니다만 일부 새틴 브러시드 가공을 추가해 미묘하게 고급스러움을 드러냅니다. 케이스의 피니싱은 시계의 가격대나 해당 컬렉션에서의 포지션을 고려할 때 무난하면서도 제법 수준 높은 상태를 보여줍니다. 르 로끌에 위치한 자체 매뉴팩처에서 케이스 가공부터 피니싱, 방수 테스트(50m)까지 마무리합니다.
직경 43mm, 두께 13.68mm로 고시된 스펙상의 사이즈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특유의 볼륨감 있는 케이스는 그 자체로 존재감을 발합니다.
한편 스틸 크라운 중앙에는 몽블랑을 상징하는 스타 엠블럼이 장식되어 누가봐도 몽블랑 시계임을 드러내는 표식으로 작용합니다.
무브먼트는 범용 자동 크로노그래프의 대표주자인 ETA 7750의 셀리타 클론 버전인 SW500을 자체적으로 수정한 MB 25.07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 진동수 4헤르츠에 약 50여 시간의 파워리저브를 보장하며, 조작감은 기존 ETA 7750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매뉴얼 와인딩을 할 때 특유의 무게감 있는 회전과 질감, 크로노그래프 작동시 푸시 버튼의 압력감 같은 것은 같은 무브먼트를 경험해 보셨다면 익숙한 느낌일 것입니다.
하지만 몽블랑에는 자체 개발 매뉴팩처 자동 크로노그래프인 칼리버 MB R200시리즈를 비롯해 미네르바의 전설적인 수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를 개량해 탑재한 모델이 포진해 있습니다. 선택지 측면에서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합리성을 추구한다면 4810 크로노그래프 오토매틱 같은 모델을, 보다 하이엔드 감성을 느끼고자 한다면 이러한 후자에 해당하는 제품들을 선택하면 될 것입니다.
스트랩은 블랙 컬러의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을 체결했습니다. 버클은 원터치 형태의 양 방향 폴딩 클래스프를 사용했으며, 전체적인 가공상태는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인상적인 수준입니다.
참고로 손목이 보통 성인 남자보다 얇은 분이라면 스트랩에 추가 타공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구매를 고려하는 분이라면 매장에서 스트랩 길이도 함께 꼭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착용샷도 빠질 수 없겠지요?! 자동 크로노그래프 시계 특성상 두께감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크기는 실착시 그리 과하지 않고 적당한 느낌을 줍니다.
클래식하면서도 너무 고루하지 않고 현대적인 감각을 살린 디자인과 나름대로 브랜드의 위상 및 인지도까지 고려하는 분이라면,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대가 과하지 않은 선에서 자동 크로노그래프 모델을 찾는 분이라면 몽블랑 4810 크로노그래프 오토매틱 시계는 제법 고려해 봄직한 신제품이라는 생각입니다.
110년 전통의 만년필 제조사에서 어느덧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토털 브랜드로 성장한 몽블랑. 시계 제조사로서의 역사는 이제 20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몽블랑은 파인 워치메이킹을 향한 뜨거운 그리고 한결같은 열정으로 대중적인 메스 라인업부터 갖가지 하이 컴플리케이션이 포진된 최상위 라인업에 이르기까지 자사의 필모그래피를 빈틈없이 알뜰하게 채워가고 있습니다.
새롭게 선보인 몽블랑 4810 컬렉션은 스위스 시계 업계에서 정상을 목표로 하는 몽블랑의 투지를 담은 컬렉션이자 다양한 기능과 가격대의 제품군으로 몽블랑이 평소 추구하는 워치메이킹의 방향성을 한 컬렉션에 응축해서 보여주는 결실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스페셜 리뷰에서 소개한 몽블랑 4810 크로노그래프 오토매틱은 브랜드 입문용과 고가 모델 사이에 놓여진 일종의 가교에 해당하는 제품이면서 그 자체로도 충분히 웰메이드 워치로서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리뷰 협조:
몽블랑 코리아
사진 촬영:
Picus_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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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랑 일반 라인 중에서는 가장 예쁜 시계라고 생각을 하던 모델이군요.
크로토가 없는 것은 심플하지만 좀 휑하다는 느낌이었고, 크로노 모델은 지나치게 꽉 차는 느낌이었는데
이번 모델은 약간 여유가 있는 느낌이 듭니다.
블루 핸즈로 바꾼 것도 좋고, 인덱스를 줄인 것도 좋습니다.
단지 오른쪽 그로노가 너무 작아서 두 그로노와 좀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개인적인 느낌이 드는군요.
뭐 그래도 원체 이쁜 모델이니까 좋군요.